수바의 동쪽-9
앞서 언급한 어종 가운데 백새치의 영명을 Black marine 로 지은 것을 조금 의아하게 여기실 분이 있을 겁니다. 제가 씨윌호에서 실물로 직접 확인한 바에 의하면 백새치의 등쪽은 청녹색을 띄고 있었으며 흑새치로 부르는 Blue marine은 검은 색에 가까운 다크블루였습니다. 다만 일본인들이 시로(shirokajiki)라 부른데서 백새치란 말이 생긴 것인 바, 백새치의 살은 복숭아 빛깔이 아닌 휜색이어서 시로란 명칭이 연유했을 것입니다 . 아메리카 서부 태평양 연안인 캘리포니아 반도에서 북태평양인 베링해에 걸쳐 서식하는 은대구(銀大口: 英 black cod 日 kin-dara)의 경우를 예로 들면 껍질은 검은색인데 일본인들은 은대구라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고기의 살이 우유빛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어명은 원양어종의 경우 대부분 일본명을 따라 직역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처음 만난 메까는 몸무게가 60키로에 달하는 소형어였습니다. 그러나 몸통이 둥글고 살이 쪄 마치 베링해에서 만났던, 산란기에 접어든 든 바다표범의 암컷을 본 듯 했습니다. 적조 부근의 저위도에서는 100키로 이상 나가는 중형급이 대부분이어서 바다에서 이 놈을 끌어올릴 때는 반드시 데맄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투승의 첫 번 째 코스에서는 유난히 잡어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마히마히가 연속 세 마리나 걸려 올라왔고 마까 두 마리,그리고 삼치류인 오노(Ono는 피지명,영명은 Wahoo)도 올라왔습니다. 와후도 고가여서(한국 도착도,냉동품 경우 톤당 2천불 상당) 내장을 꺼낸 후 빙장칸에 넣어졌습니다.저녁식사 시간이 가까워 지자 ‘ㄷ’자 형의 두 번 째 코스에서 옐로우 핀과 빅 아이가 차례 차례 올라 왔습니다.
빅 아이는 눈이 크다 해서 눈다랑어라 부르고,옐로우 핀은 길게 늘어진 끝지느러미가(end fin)이 노란색이어서 황다랑어라 부릅니다. 횟감으로 치자면 빅 아이가 한 등급 위고,45도 고위도의 파도가 거친 해역(남 아프리카 케이프 타운 이남,호주의 타스만 해 ,남아메리카 남단의 사우스 조지아 섬 이남 수역 등)에 서식하는 참다랑어 (Blue fin)보다는 한 등급 아래입니다. 어육의 색깔로 구분하자면 전자는 쇠고기처럼 붉고 후자는 붉은 빛이 엷은 선홍색에 가깝습니다.
태양이 수평선 밑으로 잠기자 서녘 하늘은 태양의 잔영으로 온통 붉게 물들었습니다. 수평선 위로 낮게 깔린 구름들이 갈기를 날리며 달리는 사자같기도 하고 로마군대의 병거같기도 하고 몸을 세운 토끼같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하늘의 문이 닫기고 어둠의 장막위로 별들이 하나 둘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자연현상도 오래도록 자세히 바라보면 신비이며 기적인 것입니다.
그 순간 나는 황홀한 영감에 사로잡혀 나의 신께 감사했습니다. 하늘의 별들은 넓은 바다위에 홀로 떠있는작은 배와 낯선 여행자에게 마치‘안심하라’ 타이르는 선지자와도 같았습니다. 철새들이 극지방의 별 하나를 지표로 삼아 먼 여행을 떠나듯 나도 ,내가 탄 이 작은 배도 저 한 개의 별자리면 먼 바다에서의 고독을 잊기에 충분할 듯하였습니다.
“형님, 인자 밥묵읍시다.”
볼 것 다 봤으니 이제 밥이나 먹자는 선장의 명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