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설

수바의 동쪽-10

알라스카김 2015. 8. 20. 13:38

 

 

 

선장이 차린 저녁상은 푸짐했습니다. 미역을 넣고 끓인 국에는 피지산 성게알이 들어 있었고 빅아이 사시미와 와후살 구이가 따로 차려졌습니다. 깻잎이나 김치 등은 현지에 살러온 한국선장들의 부인을 통해 얻어먹는다고 하는데 집 주변의 땅에다 직접 배추등속의 농사를 지어 만든다고 하니,천연의 땅과 적당한 기후와 사람의 마음이 어우러지면 굳이 내 것 네 것 가리며 다툴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피지에는 도회지를 벗어나면 빌리지(Village)라는 원주민 촌락이 있어 마을마다 촌장을 중심으로 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약 800여 개의 도서중 사람이 사는 300여 개의 섬에는 라투(Ratu)라 부르는 추장이 있는데 ,그 중에도 큰 섬을 지배하는 대추장이 12명 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나 인도네시아 밀림의 부족사회처럼 빌리지에서는 음식이나 돈은 있는 것이 한정이라 합니다. 죄를 지은 범인들이 촌장의 허락을 얻어 이곳에 숨어들면 경찰도 손을 못댄다고 하고, 또한 국토개발이나 자원관리에 등에 관한 국책사업에는 촌장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2008년 무자년(戊子年) 1월 하순 현재, 피지의 경제수역 200마일 이내 참치주낚 어업허가가 발급된 것은 전체 150여 척 중에 씨윌호를 비롯한 7척 뿐이었고 중국 국적선을 비롯한 소규모 현지법인 소속 배들은 어업(입어)허가가 지연되고 있어, 피지 남서쪽의 공해나 바누아투(Vanuatu)어장에서 조업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피지역내보다 어장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 통조림용 알바코만 잡힌다고 했습니다. 아침 8시경에 시작되는 한국 선장들간의 어황교신 뒤에 바누아투쪽 선단의 어느 선장이 하는 말이 이랬습니다.

“기름값도 올라 하루 70마리 이상 못 잡으면 적자 아이가. 빅 아이 구경할라면 170도 동쪽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추장 그 놈들이 발목을 잡는다메?”

어업허가야 피지수산청과 선박회사간의 행정절차상의 문제련만 무슨 일만 잘 안 풀리면 바다 사나이들은 으례 고약한 추장놈들 하고 떠들어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언젠가 지코(JIKO)라는 현지 수산회사의 배가 남쪽바다 섬에 자초된 적이 있었는데 값비싼 선내 항해장비나 어구 등을 끄집어내려고 갔다가 추장의 반대로 손도 못대고 쫓겨났다고 합니다. 그때 그 섬의 추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우리 섬에 들어 왔으이 다 내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