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바의 동쪽-12
적수(適水)란 수온약층과 플랑크톤의 분포도를 탐색하여 대양회유를 하는 참치어군의 밀집도가 높은 어장을 찾는 일입니다.그러므로 하루나 이틀 어장이동을 감행한다는 것이 선장의 입장에선 일종의 모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새벽에 이르러 집계된 어획은 빅 아이 10미,옐로우 핀 13미,알바코 40미 총 1.2톤의 평작이었지요. 횟감용참치는 대부분 어신(魚身)이 25키로 내외인 소형어라 하루 수양고가 3천불에 불과했습니다. 175도 어장으로 내려오면서부터 그가 동진(東進)을 마음먹은 것은 알고보니 높은 기름값 때문이었습니다.. 키로리터당 FJD1,250인(USD800-상당) 면세유는 일당 유류소모가 1톤인 씨윌호의 경우 원가비율이 30프로에 육박했는데, 이 경우 선주는 수입이 거의 전무라 하더군요.
피지 서남해역인 알바코 어장을 떠나 선장이 굳이 고가어종을 찾아 동남해역으로 나선 첫 째 이유는 뉴지랠드인인 선주가 바로 자신의 사위였기 때문이었고, 두번 째는 올해를 끝으로 그는 선장노릇을 그만 둘 심산이었던 것입니다. 선장의 보수는 대개가 수양고의 10프로 내외로 결정되는데, 12일을 주기로 한 달에 두 항차를 하면 월 수입이 대략 미화 5천불은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작년의 경우 피지선장들 중에 알바코를 제일 잘 잡았다는 오 선장이었지만 고만고만한 빙장선 네 척을 보유한 선주인 그의 사위는 다만 본전치기를 했다는 얘기였고요. 다시 말해 그는 이 참에 신어장을 개척하여 사위선주에게 이익을 남기게 해 주고 더불어 자신도 육지에 정착할 목돈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적수(適水)중에 날씨는 쾌청했습니다.
작야의 쪼굴뛰기가 효험이 있었는지 지방분이 가득한 우유가 도왔는지 이른 아침에서야 통변을 하게 되었습니다. 통변의 기념으로 승선 나흘 째만에 샤워도 했습니다. 하얀 구름이 하늘위에 엷게 퍼져 있었고 미풍이 부는 바다색깔은 그 옛날 영국황실에서만 사용했다는 로얄블루였습니다. 바다와 하늘,그들은 얼굴이 닮은 형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오스트렐리아와 뉴질랜드 주변해역에서 발견된다는 노란코 알바트로스를 찾아 ,오전 내내 나는 휘파람을 불며 연신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오랜 만에 찾아온 몸의 쾌적함이 소년처럼 나의 정신을 마냥 자유롭게 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