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바의 동쪽-13
" 아-, 이거 한국에서는 좀처럼 못 먹는 물회를 매일 한 번씩 먹다니...”
“ 야! 죽인다. 형님,맛있지예?”
점심으로 또 다시 빅 아이 뱃살로 만든 물회가 나왔습니다만 ,그러나 나는 생각만큼 맛이 덜했습니다.
아무래도 영하 50도서 급냉하여 해동시킨 냉동참치맛에 길들여진 미각탓인가 보다고 혼자 생각중인데, 오 선장은 파인애플을 썰어 넣고 양파와 잘게 썰은 땡초와 초장 등으로 만든 자신의 요리솜씨에 스스로 탄복한 듯 연신 환호성이었습니다.
“그래요. 선장님 덕에 내가 뜻밖에 호강합니다.”
남의 배에서 공짜로 먹고 자고 하는 처지에 이러쿵 저러쿵 맛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실례라기보다는 무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씨윌호는 남위19도 서경177도를 향해 침로 60도로 동진중이었습니다. 남색의 바다와 연청색의 하늘을 사이로 하얀 뭉개구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구름들이 내게 바다와 하늘은 원래 붙어있는게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177도 남쪽으로 바토아(Vatoa )섬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자그마한 해산(海山:Sea mount)들이 마치 기계충 먹은 버짐처럼 동그랗게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식사후에 선장과 나는 브릿지에서 앉거니 서거니 한 자세로 오랜만에 한담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 여기 오기 전에 한국의 마구로배 세 척 가진 회사에서 독항선 선장노릇을 36개월 했다 아입니까.”
“몇 년 전 얘기군요. 그래 돈이 좀 됩디까?”
“재미가 있데예. 선원들이 전부 외국인들이다 보이 상어꼬리나 악질상어같은 상어고기는 다 내 몫이었는데.그 돈이 한 오천 되었을낍니다. 회사에 일러놓고 남항에서 통선 선장하는 아는 형님한테 쭈욱 팔았어예.”
나이 오십줄에 들었건만 오 선장은 진짜로 형님에게 대하듯 말투가 공손했습니다.
“36개월 동안 상륙은 몇 번이나 했는교?”
“상가수리한다꼬 피지에서 한 달 있은 게 전부라예. 왠만한 건 다 냉동운반선 편에 보충받으이... ”
“나도 배를 6개월 남짓 타봤지만 ,하이고 그래 그 장구한 날을 다 어찌 보냈어요?”
“운반선에서 갖다주는 책이나 잡지를 본다거나...마누라한테 보낼끼라꼬 일기도 아이고 연서도 아인 그런 글을 쓰고 그랬다 아입니까.”
“그런데 네덜란드인 선주가 오 선장 사위라던데 그건 어찌된 영문이요?”
나는 마침내 며칠째 궁금했던 사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