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어머니를 상고함
알라스카김
2008. 9. 24. 14:33
어머니 , 요즈음은 어떻게 지내세요. 양지바른 풀밭에 나앉아 해바래기라도 하시는지요. 당신이 가꾸시던 우리집 꽃밭에도 꽃나무들이 저마다 설레이는 가슴을 주체하지못해 난리가 난듯 합니다. 수국은 가지를 한껏 뻗혀 잎사귀들이 무성하고 아롱아롱 꽃술이 맺힌 채 개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동백은 3월에 피었다가 이제 제 차례를 비웠고,연산홍은 지난주에 절정이엇다가 어제 내린 장대비에 수굿한 모습이고요. 그옆에 철쭉과 넝쿨장미가 도리도리 잎사귀를 열고 있습니다. 당신이 산에서 옮겨다 심은 함박꽃도 올해엔 달랑 희디흰 꽃망울 하나로만 한 보름 웃다가 지금은 열매만 짓고 조용히 물러나 있네요.함박꽃만 보면 당신이 그리워 작년엔 봄내도록 꽃밭을 서성거리기도 하였지만 해걸이를 하는지 잎만 줄기따라 한창 피었다가 사라지더이다. 어머니 ,오월이오면 산이면 산.. 들이면 들...피어나는 온갖 풀잎마다 꽃나무마다 당신을 만납니다. 세상 누가 뭐래도 일흔 여덟 세월을 사시장천 천연스럽게 살다가신, 당신의 모습을 만납니다. 음력으로 사월 초파일이 올해는 어버이날과 합치는 날입니다.부처님 오신 다음날 당신을 여의고 불효함에 몸둘 바를 몰라 울음도 싫컷 소리내어 울지못한 이 자식을 이제는 용서해 주실런지요. 무릇 효도란 당신 살아 생전에 조석으로 행하여야 한다는 옛 사람들의 가르침을 왜 그때는 잊고 말았던지요. 돈벌면 비행기라도 태워 못가본 넓은 세상 원도없이 구경시켜드리라...좋은옷 입히고 금이야 옥이야 치장해서 업어드리리라...생각만으로 허다한 세월 다 보내고, 불각중에 당신을 떠나보낸 이 못난 자식을 그래도 이제는 용서해 주실런지요. 병원에 모시고 가기 전까지도 ,당신이 그리 몸이 심하게 상했으리란 생각은 차마 못하고...돌아가시기 일 년전 어버이날에,뜬굼없이 흩어진 자식들을 기별하여 모이게하고선, 김해 신어산 계곡에서 형제들끼리 노니는 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때에도 아-나는 몰랐더이다. 모르고싶었더이다. 당신은 이미 얼마남지않은 이승의 시간을 예감하고 하늘나라에 갈 행장을 준비하고 계셨지만 . 아니다... 더 사실게야,손주들 결혼하는 날 까지는 살아주실거야 . 그렇게 미련을 떨었던 이 못난 자식을 ,어머니 이제는 용서해 주실런지요. 당신 슬하에 마음 물리는 딸이라도 있었더라면..딸같은 며느리라도 있었더라면 오장육부가 아려오는 그 긴긴 밤에 곁에 불러 몸이라도 주므리게하셨을 것을. 내가 복이 없는기라, 그런 한숨도 없이 고통의 나날을 오로지 성경책을 베개삼아 기도로 견뎌내신 당신에게,저희는 죄인이로소이다. 천년을 살아도 그 빚 다 못갚을 , 저희는 몽땅 악귀들린 돼지떼였습니다. 당신의 기일에 나즉이 불러봅니다. 어머니. 어머니.어머니... 동백숲 사이로 학동마을 앞바다가 보이는지요. 저 건너 마을 도장포에 허리아파 조신하고 계실 막내이모도 보이시는지요. 외삼촌은 무릎을 제대로 못가누신다는데 ,오늘은 지팡이라도 짚고 귀순이 누나집 삽짝에 나와계신답니까.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요즈음 이 자식들 사는 모습은 어떻는지요. 여전 안타깝고 불쌍한지요. 그래서 아직도 이 자식들을 위해 엎드려 기도하며 우시는지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 나의 어머니는 신장 결석이 오래 경과한 나머지 신부전증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신장결석을 담이 걸렸다고 둘러대며 매일 파스등을 부치면서 그 험한 고통을 참으셨고 막상 병원으로 모시고 갔을 때는 저혈압때문에 결석제거 수술도 불가하여 이튿날 (2000.4.9 음) 신,심부전증으로 세상을 버리셨다, 향년 78 세. 고향의 양지바른 곳에 매장을 하자는 형제들이 있었지만 언젠가 고향의 조상묘를 찾아 공동묘지 터에 올랐다가 자손이 찾지않는 무연고자들의 무덤이 소나무숲으로 변해 무덤의 형상을 찾아볼 수없었던 광경이 떠올라, 화장을 하자고 우겨, 안태고향인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학동고개마루 산기슭에 그 재를 뿌렸다. 그 당시 나는 IMF의 여파로 조그만 사업체의 문을 닫은 지 오래였고 아내와도 결별한 홀애비였었다. 때문에 어머니는 지금도 내겐 눈물의 제목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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