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겨울아침
조간신문의 1면에 자동차 공장들이 주4일 생산체제로 일제히 감산에 돌입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어떤 회사는 년말에 일시적으로 공장가동을 전면중단한다고도 한다. 자동차 매출이 40퍼센트나 감소했다니 한때 증산을 위해 확충했던 생산설비나 인력이 갈 데가 없고 조만간 감원열풍이나 업계의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더구나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해오던 2,3차 협력업체들의 도산도 불을 보듯 뻔하다.
자동차 산업이 호황일 때는 너도나도 자동차산업에 목숨을 걸었다. 조선업이 호황이라고 하자 진해만과 사천 등 남서부해안에 인접한 지자체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조선소를 위한 공업부지들을 저마다 앞 다투어 마련했고 도처에 신규투자가 이루어졌거나 진행중이었다. 작년의 경우 중국의 개발열풍에 따른 국제원자재 품귀현상이 닥치자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신규 중소 조선업체들이 자재확보를 못해 극심한 고통을 겪더니 최근에는 해운경기의 불황과 미국으로부터 출발한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전방위적 경기침체와 맞물려 워크아웃 대상 1호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 공황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는 이때 개발과 지속적인 성장을 패러다임으로 삼고 있는 신흥개발국가들의 미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의 경우 불황의 폭풍 앞에 더욱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원화가 계속 저평가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IMF때보다 더 심각한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마치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집어삼킬듯이 무서운 기세로 음습하고 있다.
미국이 선도하여온 글로벌 경제는 주식시장에서의 헤지펀드와 미국의 거대금융기관들이 개입된 금융파생상품 등의 부실화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금과옥조로 여겨온 고전적 자본주의의 원칙에 심각한 훼손을 입혔다. 무역장벽은 물론이려니와 각국의 자본시장의 벽마저 허물어 버린 이 글로벌 경제가 어쩌면 인간이 생각해낸 가장 가치로운 제도인 자유민주주의마저 미구에 종말로 치닫게 하지나 않을까 두려운 심정이다.
G-20의 정상회담을 통해 지구적 공통의 재앙을 막기 위해 각국이 머리를 모으고 야단법석이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자유경제체제의 근본인 신용을 망가뜨림으로써 경기침체의 세계적 도미노현상은 이미 쓰나미가 되어 우리들의 곁으로 밀려오고 있다. 그 쓰나미가 덮치고 지나간 폐허에서 새로운 생명의 잎사귀가 돋아나려면 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
돈이 된다면...하면서 산을 허물고 바다를 메우고 나아가 개발이 허용된 부지마다 어김없이 들어서던 아파트군들을 바라보다가, 심지어 바다건너 아랍에미레이트국의 두바이에 건설되는 인공섬과 세계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빌딩들의 위용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다가, 이러다가 자칫 지구가 머리가 무거워져 자전과 공전을 갑자기 멈추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노파심과 유사한 두려움이 지금은 매일 아침 나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자연(自然)이 아닌 인공(人工)의 재해라 생각하면 오늘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당한 일은 무엇일까? 부자는 자신이 지닌 돈을 꼭 움켜쥔 채 지구의 종말이 올 그 날까지 살아남는 일에만 골몰할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희망을 잃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인내하며 역경을 극복할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고 외칠 것이다. 무책의 종교지도자들은 다만 불쌍한 이웃들을 위해 도덕적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교설할 것이다.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노아에게 방주를 지으라 이르셨던 그 하나님의 내게 임하실 말씀을 찾아. 2008.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