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신문을 읽다가

알라스카김 2010. 12. 25. 14:44

매일 아침 출근 길에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는다.정치면에서는 큰 활자만 읽고 사회면에서는 제목과 간추린 요약문만 읽고 종교.문화면은 간독을 하고 논단면과 사설은 눈에 띄는 제목을 골라 정독을 한다. 부록으로 된 경제면은 출근 후 화장실에서 읽는다.출근 시간이 20분 남짓이므로 나름대로 터득한 세상읽기인 셈이다.

그런데 오늘은 논단과 사설을 화장실까지 끌고간 일이 생기고 말았다.종교면에 밝게 웃고 있는 인물사진과 함께 큰 활자로 뜬 제목이 "이제 교회가 사회를 섬겨야죠"였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이매동의 분당우리교회.개척한 지 3년 반만에 성인교인수가 3,600여명에 이를만큼 성장한 교회.교회건물을 짓는 대신 인근의 학교강당을 빌려 첫 예배를 드렸고 교인이 크게 는 지금도 건물을 마련할 계획이 없으며 그럴 힘이 있으면 사회적 봉사에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을 고집하는 이찬수 목사.사회복지재단설립을 위한 종잣돈으로 쓰자며 목사가 사재 1000만원을 내놓자 교인들이 화답하여 1억원을 모금해 옥한흠장학재단에 기부한 교회.

사회의 불우한 자들을 구제한다는 소명을 갖고 복음을 전파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례는 60년대에 청계천 넝마주의들을 상대로 출발한 김진홍 목사의 두레공동체가 있고 80년대에는 청량리 창녀촌을 중심으로 전도를 감행한 최일도 목사의 다일공동체가 있다. 하나님을 믿는 교회와 그 교회를 섬기는 우리가 말씀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잔다면,믿음생활이 곧 예수님을 닮아 가는 여정이라면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는 반드시 이러한 사회적 소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일교회의 성도들이 1만 성도 달성,10개 교회 설립,선교사 10명 파송이란 10년의 비젼을 갖고 열심히 기도하고 있지만,외람되이 말씀드리자면 하나님의 백을 믿고 기도만 한다고 이루어질 목표가 결코 아니라 생각된다.현금의 노방전도는 불신자들을 교회로 불러모으는 방법으론 답이 없는 노릇이다.믿는 사람들의 신실하고 선한 삶의 모습이 곧 전도의 본이 되어야 하고 그것의 집합체로서 교회가 곧 세상 어두운 곳의 등불이 되어야만 불신자들이 자진하여 예수믿는 자가 되려고 교회를 찾을 것이다. 혹자는 교회가 돈이 있어야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동일교회의 올해 예결산 내역을 읽으면서 대외구제비가 전체 예산의 1.6프로에 불과한 것을 보고 공연히 안타깝고 공허한 느낌이 든 것은 비단 나만의 소회일까? 우리교회가 불신자들이 흔히 말하는 '폐쇄적이고도 이기적인 공간'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