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대한 생각 몇 점
'안철수 생각'이란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 작심하고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글들의 내용이 사회의 어떤 현상에 대한 정밀한 분석에 따른 진단이나 처방이 아닌 단순한 칼럼식의 논조라고 여겨져 선뜻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읽어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좀 외람되이 표현하잔다면 ,나는 그가 사회개량을 추구하는 지식인이자 휴머니스트이지 사회개혁을 단행할 정치적 성향의 인물은 결코 아니다라는 생각 을 가졌던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란 표현이 부적합하다면 지사형 또는 투사형 개혁가가 아니란 말로 바꾸어도 무방하겠다.
의사였던 그가 컴퓨터 백신사업에 뛰어들어 큰 부를 쌓은 뒤 일약 사회저명인사로 부상하게된 경위를 보면 사뭇 입지전적인 인물로 사계의 존경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고,또 그가 자신의 주식을 직원에게 배분하고 일부는 사회에 기부형태로 환원하는 형태의 도덕적 행위는 성공한 기업가의 사회적 사명이나 책임을 상기시킬만큼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훌륭한 지식인들이 저들의 높은 학식에 비해 일반인들로부터 절대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삶이 앎을 행하지 않음에 있는 것이다. 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신앙의 명제와 동일한 바 ,세상 이치가 다 그러하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안철수'라는 존재의 부각은 그의 실천적 삶이 이 사회에 던진 신선한 충격때문이었다는 생각이 짙다.
그런 일련의, 세습을 일탈한 퍼포먼스를 통해 그는 꾸준히 인구에 회자되었으며 유능한 CEO로 인정되어 서울대학교의 두뇌집단을 이끄는 총수직을 담당하게 되었는가 하면 급기야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단계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는 한 마디로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새로운 희망,즉 아이돌로 급부상되면서 결국은 정치판으로까지 끌려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만큼 안철수를 향한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뜨거웠다는 얘기다. 일견 세상이 바뀌려면 먼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세상법칙에 그가 순응했다고 보는데 그런 행보의 근저에는 무엇보다도 이 사회를 개량해보겠다는 그의 선한 의지가 약동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그를 정치판까지 불러세웠다 해도,그가 저 조선시대 유학자다운 자기응시의 철학이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된 것은,서울시장 후보 경쟁과정에서 박원순씨를 위한 출마포기 선언을 접했을 때였다. 그런 그를 두고 언론이나 세평은 아름다운 양보라는 표현을 쓰가며 그의 대인(大人)다운 면모를 부각시키기에 바빴는데 ,나는 서울시정에 대한 자신의 포부나 계획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후보출마포기를 한 그를 두고 여간 실망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오랜 숙고끝에 대통령후보 출마선언을 한 후,여론조사를 통한 지지율을 근거로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맹세하더니 , 갑자기 후보사퇴를 선언해버렸다. 시종일관 그의 화두는 정치쇄신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포부를 환영하고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난데없이 그의 후보사퇴 기자회견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입에서는 '이건 아니다'란 비명이 절로 터져나왔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사생 결단을 내렸던 장수가 전장에서 저 혼자 깃발을 거두고 돌아선 꼴이어서 그의 선대위 구성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비분강개하거나 등 뒤에서 쓰린 눈믈을 삼켰다고 들었다.
단일화 전제조건의 협상과정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직접적인 이유였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이유만으로 후보사퇴를 전격적으로 결심하다니...그렇게 해서라도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우국심에서 비롯된 일이라면 이것은 너무 싱거운 얘기가 아닌가? 단일화가 실패하더라도 대선경쟁에서 끝가지 경주하여 자신에 대한 국민의 뜻을 물어보았어야 옳지 않은가. 그의 말대로 장차 정치인으로서의 뜻을 버리지 않겠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안철수는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로서의 재목은 결코 아니다란 것이 나의 생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