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추석아래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여름휴가는 남의 얘기가 된 지 오래여서
올 여름 바다장사가 쫄딱 망했다는 결산을 듣고서야
남모르게 혼자 살짝 웃기는 했지만
태풍이 지나간 뒤로도
이름 모를 비구름이 사흘들이 들이닥치니
여름내내 나처럼 우울하긴
과수나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추석이 낼 모렌데...
추석선물을 뭘로 할까
나주는 배가 젤로 유명항께
생각없이 대뜸 과수원에 전화를 걸어
특으로 15키로 6상자를 주문했다.
돌아서서 하늘을 보니
아차! 먹장구름이 가득하고 주말 비예보도 생각났다.
과수원 주인이지예? 배맛이 어떼예?
씁스럼하고 싱겁소.
올해는 추석이 일찍혀서 출하는 하지만서도...
맛없는 배를 받을 수취인들의 난감한 얼굴이 떠오른다.
그라몬 지꺼는 추석 지나고 보내 주이소
급하고 간절하면 언제나 고향사투리가 재바르다.
지난 토요일 하루 볕이 쨍하더니
9월 초하루부터 또 다시 비가 내린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어제는 우중에 손님이 왔다.
아내는 젊어서 여의고 십 수년째 소식 끊은 자식들 버리고
죽을 때까지 타먹을 연금 하나만 믿고
제 어머니 안태고향 나주로 스며든 환갑 넘은 홀아비다.
요양원에 들어가 항암치료를 하기로 했어
불과 2주전 수술도 못하는 위암말기라고 진단을 받은 객지친구다
마음이 신산해. 어젯밤 병원에 들고 갈 짐을 싸면서 혼자 많이 울었어.
내가 죽기 싫은 것은 이 세상 버리기가 너무 아까워서 그래.
주절거리는 그의 넋두리가 빗소리에 묻혀 음악처럼 들린다.
머리속이 하얘지는 음악이 한 시간 넘게 흘렀다.
창밖에 비가 내린다
객지친구는 오늘 요양병원에 들어갔을까?
그가 챙겼다는 짐보따리가 궁금했다.
그때 스마트폰이 찔끔 울린다.
초등학교 동기회 재무인 영숙이가 보낸 부고(訃告)였다.
송두익 동기님이 오늘 아침 사망했습니다.
추석아래 계속 비가 내린다
추석이 낼 모렌데...띄엄띄엄
벌판에 비맞고 선 저 과수나무들
보내지 못한 나의 추석선물,
지금
나는
소리죽여 흐느끼고 있다.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