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겨울소풍-3

알라스카김 2015. 12. 21. 09:03



 


옛날 이야기 하면 

난  공동생활에 얽힌 얘기밖에 할 게 없다

학교에 쥐잡아 가던 일

구충약 먹은 후 변소에 앉아 회충 뽑아내던 일

겨울이면 집에서 내복벗고 이잡던 일  

내복 이음새 뒤에 잠복한 쌔가리 이빨로 꾹꾹 눌러 죽이던 일

여동생머리에 디디티 뿌려 푸성귀 만든 당리동 김말숙 이야기...


그러나 다섯 친구들의 추억담은 비단결 같다


실비아는 저거 집에서 젖소키았다

저거 아부지가 진주고등학교 나왔다 아이가 

 

신도 아버지는 조광와이쌰쓰 부사장 안했나

괴정에 젠틀맨 하면 신도 아부지하고 우리 아부지 두 명아이가

태식이  그 말에 난  고개를 갸웃거린다


말옥이 집에 쌀 들고 가서 개떡하고 바까묵었다 아이가 

바가지 덮어 쓰고 소금 얻으러 말옥이 집에 많이 갔다


배고파 못살것다 죽기전에 갈아보자

시의원 나왔던 양 머시기 그 사람 얼굴이 젤로 살찠다 아이가


이야기가 한 바퀴 돌자

저마다 스마트폰에서 어릴 적 사진들을 끄집어 낸다

처녀시절 에덴공원에서 찍었다는 영숙이 매무새가 너무나 아름답다


오줌누러 나오니

뒤란에서 우리 얘기를 다 들었다며

대나무들이 한꺼번에 허리를 잡고 웃었다.


 두어 시간 황금빛 겨울소풍이 끝나고

 아쉬워 뒤돌아 보니  집이름조차 '금빛노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