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여행(2) 세방낙조
조도를 빠져나와 몇 군데를 더 다녀본다.
남도석성에서는 북쪽 석대로 올라 가 보았다. 만호들이 거주했던 본진의 건물이 새롭다.
신비의 바닷길이 있는 회동리에서도 생선회를 볼 수 없어 대신 멍게 한 접시를 담아 달라고 했다.
잠자리로 정한 세방낙조의 지중해팬션은 빈 방이 없다고 한다. 다음 주말까지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그러나 여주인 박효순씨는 싹싹하고 친절했다.
이웃한 민박집을 알아보겠다며 낙조를 보려면 저녁 7시까지는 닿아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남아 J를 위해 운림산방까지 들렀다.
소치의 그림은 물론 그 후손인 남농과 5대에 이르는 그림들을 보고난 J는 아연 감동먹은 얼굴이다.
엣 사람의 발자취가 저렇듯 고일한데
범부(凡夫)일망정 살아있는 날까지 우리 또한 성심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방낙조의 황혼은 예상한 것과 거리가 멀다.
석류빛깔로 물든 바다를 생각했으니 말이다. 엷은 비를 물고 선 회색구름 탓이리라 애써 미련을 떤다.
민박집이라 여겼는데 간판이 뜻밖에도 주지도 팬션이었다.
낙조가 물든 바다를 지중해팬션의 언덕이 가린 것이 흠이지만 주차장도 넓고 방들도 주방시설을 갖추었다.
건물입구 이마에 일심(一心)이란 글자와 'Siempre Tu'란 에스파뇰어가 나란히 씌어져 있다.
누구의 작명이냐고 물으니 스페인어과를 나온 딸의 솜씨라 한다.
세방낙조에 밤이 찾아왔다.
60 넘은 남자 둘이 온돌방에서 상을 펴고 앚는다,
회동리에서 사온 멍게와 운림산방 앞 가게에서 들고 온 홍주로 서로의 잔을 부딪히며 외친다.
'씨엠쁘레 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