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매화꽃 그늘아래서

알라스카김 2018. 3. 20. 11:33

 봄이 오면서부터 나무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함께 설레었다.


올해는 맨 처음 개화하는 매화꽃을 보러가기로 맘 먹고 서둘러 정형남 선생님을 부추겼다. 나이가 들수록 몸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생기를 걱정하여,나도 계절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일부분이 되고 싶었다. 회춘(回春)의 갈증이 아니고 무엇이랴.





꽃구경을 하러 간 곳은 낙안읍성에 지근한 금전산 (金錢山)의 금둔사(金芚寺)였다.

보성에 닿으니  마침 고향에 들러 동무를  찾던  이민재 사장이  기사를 자청했는데

그가 웬 꽃구경이냐고 , 글을 쓸 일이 있느냐는 투로  물어 그냥 매화나무 꽃 그늘에 서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봄 기운에 취해 싱숭생숭한 마음이야 봄처녀와 매양 한 가지렸다. 며칠 비가 오다가 토요일 오늘 바람도 없는 화창한 봄빛을 쐬며 얼른 한 그루 홍매화를 거두었다. 

음력 섣달 납월(臘月)에 핀다하여 납월매(臘月梅)라 불리우는 홍매화가 지난 겨울 추위로 올해는 많이 늦었다.





 인근한 선운사의 말사로 백제시대의 고찰이었다는, 절에 사는 홍매화의 수령을 물으니 1985년생이라 하여 놀란다. 알고 보니 옛 절터는 소실되고 그 아래 땅에 최근 다시 대웅전을 지었다 한다. 여기 저기 사찰을 중건하느라 어수선한 터에 무슨 소문을 듣고 왔는지 매화를 찍느라고 몰려온 아마추어 작가들로 봄날이 분주하다.



 


 짧은 시간  어느새  정이 든 李 사장의 포즈가  다정하다.

꽃을 베고 섰으니,오늘은  우리도 달콤한  꽃이요 아름다운 목숨이러라.  

돌아오는 길에 낙안읍성 주막에 들러 툇마루에 네모진 상처럼 앉아 막걸리로 목을 적셨다.

 툇마루를 李는 어린 시절 물레라 불렀다 한다.

매화가 지면 산수유가 피고 다음엔 배꽃과 사과꽃이 차례로 필 것이다.

봄날은 그렇게  잘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