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군소

알라스카김 2018. 3. 20. 14:52






 바다 토끼 또는 바다 달팽이라고도 불리는 군소 얘기를 해야겠다.

군소란 명칭은 문어류나 오징어처럼  외부의 적을 향해 군청색 색소를 뿜어낸다(사진 中)는 데서 연유한 것이 유력한 설이다.


 어느날 갑자기 군소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통영으로 초등학교 계모임을 하러가는 아내에게 눈에 띄는대로 사오니라 특명을 내렸다. 그래서 충무 중앙시장 골목을 늙은 여자들 대여섯 명이 떼를 지어 군소장사를 찾아 고성을 지르며 무려 한 시간 가까이 활보했다나 어쨌다나.

 군소는 해녀들이 잡아오는데 워낙 귀해서 길에 쪼그리고 장사하는 늙은 할머니 오직 한 분 뿐이었다고 한다. 10여 마리 2키로에 4만원을 줬다니,과연  장난이 아니다.


 군소는 성체가 40센티 정도인데 해녀 손에 잡히면 배를 갈라 보라색 색소와 창자를  모두 제거한 뒤 삶아서 건조한다. 건조 후 계란 한 개만한 크기로 줄어들고  껍질은 아주 검은 색으로 변한다. (사진 下  아래 부분) 

 어린 시절 구조라 갯가에서 썰물때 돌무지 틈새에서  미처 달아나지 못한 이 놈들을 잡아대던 추억이 아련하다.

 수년 전 경북 영주에 사는 J를 거제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때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학동 외갓집에서 소주 안주로 나온 군소를 두고, J가 탄성을 지른 기억이 난다. 친구는 생전 처음 맛보는 군소를 두고  용궁에서 가져온 술 안주라며 감탄했던 것이다, 

 

 군소를 씹으면 쫄깃쫄깃한 식감이 들고 보라빛 향기가 입안을 감도는 것이 일품이다.

약간 씁쓰레하면서도 (미량의 색소 잔재 탓이리라) 뒤따르는 달콤한 향기를, 나는 보라빛 향이라  부른다.  


 수십년 째 당뇨병으로 시달리는 내게 이 군소가 당뇨에 특효라는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고난 뒤론  냉장고에 남겨 둔 군소를 더욱 귀하게 여기며,불현듯 군소의 보라빛 향이 그리웠던 것은 하늘이 도운 일이라 생각했다.  


 아내를 통해 드디어 군소를 얻던 날,나는 젤로 좋아하는 갈치젓갈과 짝지어 소주 한 병을 냉큼 비우고 말았다. 젠장, 술과 함께 약을 먹었으니 당뇨병이 떠날 날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