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왜 해양소설인가?
알라스카김
2018. 8. 29. 08:59
나의 고향은 거제도 구조라리다. 내 어릴 적 아버지는 멸칫배 망쟁이여서, 아침마다 눈부신 햇살을 등에 이고 바다로부터 걸어 나오셨다.
집 뒤란에서 끊임없이 뒤척이던 해조음과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바람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가였다. 연년생인 동생과 함께 심하게 젖배를 곯았지만 유년시절 우리가 즐겨 뛰놀던 공간은 바다뿐이었다.
부모를 따라 뭍으로 나온 후로 언제나 그 바다가 그리웠다. 그래서 부산수산대학을 졸업했고 젊은 시절 직장도 줄곧 수산회사였다. 그러므로 내가 만났던 숱한 바다와 뱃사람들의 삶에 이젠 인이 박혀 그것을 제쳐두고 다른 이야기를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편, 짐짓 해양소설가라 자칭하면서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욕심을 낸다면 바다의 존재의미와, 바다와 인간과의 생존방식을 탐색하고 바다에 대한 친환경적인 글들을 열심히 쓰고 싶다. 그 작업의 결과, 당신은 왜 해양소설을 고집하는가란 질문에 답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