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기해년(己亥年) 새해 아침의 다짐

알라스카김 2019. 1. 1. 14:55

날이 밝았다.


 간 밤 송구영신 예배엔 아내만 참석했다. 그 시각 잠이 오지 않아 TV를 켜니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송구영신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동훈 위임목사의 첫 메세지는 '일어나라' 였다.  아픈 기억으로부터 실패와 좌절의 시간으로부터  갈등과 분노와 시기의 진창에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라는 얘기였다. 순간 개안(開眼)의 감동이 찾아왔다.

 나를 옭아매고 있던 무지몽매한 아집들이 일시에 노도(怒濤)에 쓸려 몸밖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신앙을 가진 자로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지금껏  시골 교회 목사의 독선적인 교회 운영에 깊은 반감을 품고 있었다.  간밤 송구영신예배에 불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교회생활을 통해 은혜를 받지 못하니 나는 불행한 자였다.

 

 폐일언하고,나는 새해 아침에 새로운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첫째, 내 생각을 벗어던지자는 것이다. 세상일의 옳고 그름에 대한 성마른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공자왈,나이  60에 이순(耳順)이었다는데 내 자신 불행한 자라 자처함은  스스로 갇혀지낸 어리석은 나의 생각이 그 원인이었다는  반성에서다. 공자는 나이 70에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慾 不踰矩)라 마음 내키는대로 살아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더욱 올해 100세가 되는 철학자 김형석 선생님의 '지난 세월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새해 소감을 듣자하니, 이제 겨우  칠순의 나이를 바라보게 된 내 꼴이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집착했던 몇 가지 생각들을 버리면 덤으로 얻는 소득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맑은 정신과 마음의 평온을 찾게됨은 기본이고, 내가 애착했던 술과 담배와도 곧장 이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내 생각을 바꾸자는 것이다. 남을, 남녀노소 구별없이 더욱 무한 사랑하기 위해 생각의 근본을 개조하는 것이다. 내 생각을 버린다 함은 내 생각을 바꾼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버릴 것과 간직할 것이 유별하므로 좌로나 우로도 치우침이 없는 평상심을 견지함은 또 다른 차원일 것이다.  생각을 바꾼다면 자연 지옥이 천당이고 불행이 행복이고 슬픔이 기쁨이 될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경지가 이와  다를 것이 무언가. 잘 모르긴 해도, 내 생각이 바뀐다면 길에 떨어진 새끼줄을 주운즉 소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서는 횡재도 뒤따를 것이다.



 '일어나라!'는 李 목사의 짧은 화두를 계기로 새해 아침에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되어 마음이 기쁘다.  이 다짐이 항차 망각의 늪에 빠져 달아니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기만을 기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