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저녁밥상의 뉴스보기

알라스카김 2019. 4. 1. 15:40


 

퇴근을 하면 저녁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빈 시간 매일 저녁 뉴스전용 채널을 연다.

며칠을 두고 계속하여 버닝썬 관련사건 연루자들의 수사 내용들이 토막토막 전달된다.

도대체 누가 그까짓 신변잡기적 내용을 알고 싶어 한다는 말인가, 기자들은 무조건 사건의 꽁무니를 물고 바삐 뛰어야하는 개미들인가? 허구헌날 연루자들의 발길을 붙들고 파리떼처럼 몰려들며 뭐라 뭐라 물어본다.

그걸 지켜보는 내 맘은 불편하다. 잠시 묻어두었다가 수사결과나 짧게 알리면 그만일 일을 기자들은 매일 시시각각 열심히 쫓아다닌다.

 

김 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별장 성추행 사건도 신물이 날 지경이다.

사건이 터진 후로 5년 가까이 방타(放惰)하다가 왜 지금 저 난리를 떠는지 한심하고 우습다.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나,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조직의 상부로부터 압력이나 어떤 지시를 받아 뒤덮어진 과거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진상조사 진행과정이 지지부진하고 심지어 출국금지조치도 않고 있다가 밤 늦은 시각 공항 출국장에서 황급히 막았단다. 그리고 김 학의는 아니면 말고... 그냥 귀가했다. 그리므로 또 저녁밥상이 불쾌했다.

 

  문재인 정부 제2기 내각을 꾸릴 장관들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여야 정치인들의 공방은 여전히 꼴불견이다. 신상털기식으로 지나치게 후보자를 추궁하는 야당의 발언이나 충분한 근거없이 그런 후보를 두둔하는 여당의 발언들도 식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어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국토개발부와 과기부장관 후보 2명이 여당과 대통령의 합의하에 지명철회 되었다.

  기세가 오른, 1야당인 한국당은 얼씨구나 하며 추천된 7명 모두 반대의견을 주장한다. 야당의 반대로 국회의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자신의 직권으로 뚝딱 임명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야당의 억지 같은 고집이 우습다.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왜 필요한지, 과연 이런 쓰잘 데 없는 말장난들을 시간낭비 하며 언제까지 하고 있을 것인지 답답하고 안타깝다. 무엇보다 짜증스런 일은 청와대 인사담당 수석들의 심사기준이다. 그들은 국민의 눈높이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싶다. 아전인수식 편 가르기 인사의 결과이다.

 

  여당이 자신하는 박 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도 답변태도가 오만하다는 구설수가 따른다. 같은 국회의원들 앞이라고 교만한 마음이 작용했던 걸까? 그녀는 청문회장에서 질의 답변 중 김 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CD 관련,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교안 한국당 대표를 은근슬쩍 끌어들였다. 얼핏 그들만의 기 싸움이라 여겨지지만, 불원간 본격 재수사가 결정된 마당에, 새삼스럽게 야당대표에게 김 전 차관의 임명을 방기한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한 것은 내가 봐도 적절치 못한 얘기였다. 수사가 끝나면 다 밝혀질 일이겠지만 황 교안대표는 그 당시 그 일의 주역이 아닌 들러리였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김 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에는 아랑곳없이 부인의 이름으로 대출까지 얻어 26억짜리 재개발 지역의 상가건물을 매입했다지 않는가. 아내가 저지른 일이라 자기는 미처 몰랐고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자진사퇴를 했다. 그의 무책임한 이기심이 연이은 2명의 장관후보 낙마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나의 저녁밥상이 매일 불편한 것은 이같은 지저분한 저녁뉴스 때문이다.

  나라 일을 이끌어 가는 정부나 국회나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의 기회주의적 양심과 처신 때문이다. 정치가 절대 다수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라면 국민지지율 50%를 밑도는 현 정부는 분명 정치를 잘못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저조한 정당지지율을 이어가는 여야 국회의원들도 너나없이 제 일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세금만 축내고 있다고 본다. 공명정대한 정책수립과 청렴한 관리들의 엄정한 법집행이 온전히 이루어진다면 저녁밥상이 얼마나 유쾌할까?

 

  한편, 나는 최근 20년 가까운 정치인의 길을 접고 스타트업(신생 벤처사업) 사업을 하겠노라 선언한 남 경필 전 경기도 지사의 발표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타협과 합의가 아닌 분노의 정치로만 치닫고 있는 정치판에 절망한 나머지, 그는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돈 벌어 세금도 많이 내고 일자리도 창출하여 나라에 이로운 일을 하기로 작심했다고 한다.

국민들 모두가 이런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정치가 왜 필요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