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사모아-5 ( 동원산업의 Starkist 공장)
오늘은 파고파고 항에 자리잡은 Starkist 공장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곳에 부임한
한국인 책임자와 약속을 잡아준 사람은 직전 한인회 회장을 맡았던 박현정(57세)씨였다.
체류 3일째,여전히 하늘은 비구름이 감돌고 사방으로 비가 추적거리고 있었다. 가는 길에
관광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파투' 섬과 그 옆에 형제처럼 붙어선 '푸티'섬 언저리의 손바닥만한 모래밭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가족 들을 목격했다.
해안도로에 차를 세운 채 옷입은 채로 가족끼리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천연스럽기만 했다. 미국 경찰이 치안을 맡았다면 수영금자구역이란 팻말이 당연했을 터인데,지금은 사법.입법.행정이 모두 사모안들에 의한 자치형태로 바뀌어서 그저 그러려니 싶었다.
Tafuna 지역에서 서북방향으로 더 돌아가면 스노클링도 가능한 몇 군데 상업적 리조트해변이 있을 법 한데,동쪽으로는 2달러 비치만 언급되고 있어 관광크루즈선이 닿아도 겉만 보고 간다는 말이 과연 실감이 갔다.
빗줄기가 굵지 않은 틈을 타 파고파고 항내에 묶여있는 북한 상선(3국적 용선화물선)을 찍을 수 있었다. 공장입구에 닿자마자 소나기가 쏟아졌다.
해안가 좁은 면적에 지었던 건물이라 2층 사무실의 구조가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올 1월에 새로 부임했다는 김중복 현지 소장은 나이 50에 가까운, 한국에서 공채 3기로 입사한 이사급 직책의 인물이었다. 말투가 조용하고 신중하고 또한 다정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1년간 객지생활을 함께했던 전 동원산업 소속 '공 ㅇㅇ'씨를 아느냐니깐 그제서야 김 소장은 내게 동족을 만난듯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공 선배는 내겐 특별한 추억을 함께 한 아주 그리운 사람이었다. 김 소장의 말에 의하면 그는 현재 동원식품 협력업체의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라고 한다.
오늘은 식품위생관련 검사관이 나와 공장내부 견학이 어렵다는 얘기를 꺼내길래 궁금한 사항 몇 가지만 물어보고 싶었다.
Starkist란 상호로 투나통조림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42년 이었지만, 내 기억엔 아메리칸 사모아에 공장을 차린 것은 1960년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지남2호의 침몰사건이 발생한 1963년까지만 해도 투나 수매는 Van Camp가 독점했었다. 동원산업 김 재철 회장이 참치선 선장일 때 Starkist 공장에 참치를 납품했다고 하니 ,지남호 사건 직후였지 싶다. 그런 그가 이 공장을 인수한 것이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한국에서 파견된 현지직원들에게 60년 전 역사를 얘기하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 말을 아꼈다.
통로에도,건물밖에도 비를 맞고 있는 원주민들로 가득하다. 3교대로 일하는 원주민종업원 수가 2천 명이라니 교대시간이면 이 거리가 늘 만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