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풍류를찾아서- 6

알라스카김 2019. 9. 3. 15:06





  익금해수욕장에서 최기종 시인은 목포를 향해 먼저 떠났다.

비가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파도소리도 갈길을 재촉하는 상 싶었다.


 수평선의 중앙에 주먹처럼 봉긋한 것은 부아도, 익금의 왼편 끝으로 이어지는 긴 그림자는 시산도(詩山島)라며 가르쳐 준 사람은 화도 촌장 선준규 시인이었다. 덧붙여 그는 시산도가 바로 아내의 고향이라고 했다. 처가에 신행을 갔더니, 처가식구들이 그 작은 섬애서 이 큰 섬으로 오다니 장가 참 잘 들었다며 으스대더라  해서 웃음으로  맞장구를 쳤다.  


 금산 농협 하나로마트 앞으로 가니,먼저온 일행들이 가게에 사람이 없다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그럼 어쩔 수 없다. 가게앞에서 사진이나 한 장 박고 가자 했다. 모두 그러마고 했다.


 막걸리 3병을 혼자 비운 정형남 샘이 오줌이 마렵다며 화장실을 급히 찾았다. 가게옆 열린 쪽문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화도 촌장이 일렀는데,그만 샘이 주인집 내실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웬 여자가 누웠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더라고 했다. 샘은 볼 일도 잊은 채 주인을 찾았다고 환호하며 곧장 우리에게로 달려왔다.

오늘 마지막 행사의 주인공은 ' 펠리카나의 여인'이었다. 


 꺼져가던 간 밤의 취흥이 되살아 난듯, 정형남 샘은 마치 개선장군인 양 말씀이 잦아졌다. 샘은 맥주집에서 또 막걸리를 청하신다. 연세대 음대 성악가를 지원했다가 떨어져 동국대 철학과를 다녔다는 샘이다. 목소리가  야무지고 유장한 것은 그래서 타고났다는 생각이다. 자리에 앉았어도  정 샘은  자신의 화장실 무용담을 반복하며 목청을 돋우었다. 쥐중농담의 전개가 마치 넘치게 따른 술잔마냥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다.


 화도촌장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풍류문인회 신임 총무로서 포부를 밝히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회비제로 운영하렵니다. 봄 가을 정기모임은. 기타 번개팅은 장소나 분위기에 따라 찬조출연으로

힐 수도 있겠지만 기본은  회비로 운영된다 생각해 주십시요."  

회원 수도 10 명 이내로 정리하자는 어른들의 의견도 뒤따랐다.  회의 운영방안에 대한  그간의 막연했던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28 살에 화도 이장을 했다는 인물인지라 그의 능력을 함 믿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펠리카나 여인의 용모에 대한 정 샘의 집착이 조용하던 분위기를 다시 도발시켰다..

" 참 이뿌요.  내가 첫 눈에 반해뿌맀소. 담에 꼭 올탱께 전번이라도 주시요잉? "


 십수년 전 한 2년 넘게 단골로 다녔던 인연이라며, 김 회장은 낮은 목소리로 혼자 이렇게 뇌까렸다.

추억의 여인을 자꾸만 옛애인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 속이 깊고 마음이 참 착한 사람입니다."


  나의 눈엔 50대 후반으로 짐작되는 여인이었다.

 화려하지 않은,그야말로 소박한 미인의 전형이었다.

 바라볼수록 마음이 포근해지는, 한편 시골 우물가에 선 버들가지처럼 반갑고 설레이는 얼굴이었다.

 솔작히 말하면, 다시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정형남 샘은 비오는 길에 두 번이나 차를 세워 방광을 비우셨다.

1박 2일, 풍류의 추억이 세찬 빗줄기속에 아롱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