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날의 생각들
1. 가끔, 무료한 시간이면 어디서건 믹스커피를 타 마신다. 믹스커피 스틱을 열어 물 컵에 털어 넣고 데워진 물을 부은 뒤 찢어진 스틱 주둥이를 밑으로 넣어 커피를 섞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누군가 그런 나를 보고 그러지 말고 스틱을 거꾸로 해서 저어라 했다. 이윤즉, 스틱 속에 납 같은 유해성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와 같은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다. 나와 달리 그는 중국산 차를 마시거나 원두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다. 교회목사인 그가 최근 조울증이 도져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제각각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신념처럼 고집하지만, 정작 자신의 영혼을 다스리는 일에는 먼 바다에서 표류하는 배처럼 그저 막연하고 속수무책이다. 나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2. 배우 신성일( 본명 강신영. 1937-2018).
한국의 알랭드롱이라는 찬사와 함께 오랫동안 은막의 스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던 그의 삶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빈번히 조명되고 있다.
내가 그를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점은 그의 맑고 깨끗한 영혼과 스스로 엄격하고 절제된 자기관리였다.
음주가무를 멀리한 채 젊어서부터 운동으로 꾸준히 체력을 단련해왔던 그다. 생전 자서전에서 밝힌 젊은 시절의 짧은 외도를 그는 아름다움을 공유했던 순수하고도 진정성이 깃든 연애였다고 자랑했다. 내 눈에는 다소 치기어린 자만으로 비춰졌지만 그는 가족들 앞에서조차 떳떳하고 당당했다. 그러므로 영혼의 자유를 찾아 오랫동안 별거생활을 하면서도 초혼의 엄앵란 여사와 끝까지 가정을 지킨 점이라든가, 폐암말기 판정을 받은 후에도 청년처럼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살아왔다는 점 등이다. 오죽했으면 엄 여사가 남편 사별 후 그를 ‘국민과 전국 여성들의 남자’였다고 고백했을까.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오점이라면 국회의원 출마와 감옥생활로 이어진 좌절이었다.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영화를 찍을 수가 없어 정치판을 기웃거렸었다는 그의 쓰라린 고백을 듣고서야 한 때 그를 세속적인 인물로 폄하했던 나의 오해가 풀렸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은 결국 죽을 때를 위해 항상 정직하고 겸손하게, 초지일관 열심히 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결국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다.
오늘 또 다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3.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사회정의를 위해 굳게 싸워주세요.’
이는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당부한 말이다.
‘나의 지시를 절반은 잘라 먹고 지 맘대로 재지시 하고...’
며칠 전 민주당 초선의원 워크샵에서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을 씹어 돌린 말이다.
‘ 이쯤 되면 나 같으면 사퇴하고 말겠다.’
민주당 최고위원 S가 공개석상에서 같쟎게 내뱉은 말이다.
검찰개혁이니 공수처 법안이니 줄기차게 떠들어 대던 현 집권여당의 본색이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것 같아 속이 쓰리다. 조국사태를 지켜보던 정부와 집권여당이 이제는 마음을 바꾸어 윤 총장을 몰아내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먹은, 그 속이 뻔한 윤미향 사건을 두고 검찰의 수사결과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인데 이는 조국사태의 결과로 빚어진 검찰의 수사내용 발표금지라는 규제 때문이다. 아니면 윤 총장이 슬며시 집권여당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
촛불민심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지난 총선에서 무능한 야당을 탓한 민심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지금 다시 묻고 싶다.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한국은 아직도 여전히 야만의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