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아들결혼축사, 그 후.
알라스카김
2020. 7. 24. 12:41
서울에 사는 둘째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연인즉 김포시에 있는 새 아파트를 구해 오늘 매매계약을 하러 가게 되었다는 말이다. 집값의 7할이 은행빚이라고 한다. 아들은 81년 생, 한국 나이로 마흔이고 지난 해 3월 띠동갑 어린 신부를 얻은 기혼남이다. 비록 빚을 업고 샀다고 해도, 아들이 스스로 새 집을 장만한 것은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20여 년 전 IMF사태로 쓰러진 뒤로 여태껏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는 아비였다.
아들의 결혼식때 아비로서 한 일이라곤 손수 쓴 아들결혼축사를 읽어준 것이 고작이었다.
아들이 회사 근처 15평 남짓한 독신자용 아파트에서 신혼을 꾸밀 때에도 측은지심에 마음이 아파, 어서 빨리 손자를 낳아 품에 안겨 달라는 얘기는 아예 입 밖에도 꺼내지 못했던 것이다.
서울의 집값이 너무 비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는 이때,
아들이 6억 얼마에 30평 가까운 집을 서울 인근에 얻었다는 소식을 접하곤 아들이 너무 대견하고 기뻤다. 그래서, 이젠 2세 계획도 세워 달라는 말이 입에서 제절로 터져 나왔다. 장남이 내리 손녀만 셋을 낳은 터라 튼실한 손자가 오매불망 그리웠던 탓이다.
그런 내게 아들은 잠시 뜸을 들이며 선뜻 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곧장 뉘우쳤다.
참, 염치없는 아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