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농촌일기-둘째날

알라스카김 2021. 8. 30. 09:37

 중학생 키만한 산언덕을 넘어 이웃 마을인 송촌부락에 닿았다.

같은 날 태어났다는 송아지 두 마리와 어미소들이 선한 눈빛으로  손님을 반겼다. 

채소작물이 웃자란 밭에 우뚝 선 한그루 무궁화나무.  천연스럽기 짝이 없다.

 

 오가는 길에 가족묘들이 허다이 누워 길손을 맞는다.

  봉분대신 평석을 깐 것은 최근에 조성한 묘일 것이고 붉은 흙이 드러난 곳은 여름끝에 벌초를 마친 곳이리라. 밀양 박씨 아버지와 김해 김씨 어머니가 이룬 가족묘이다.

 

  길가에도 밭에도 무덤을  쓰는 것을 보면 돌담밭에 무덤을 쓰던 제주도 사람들이 떠올랐다.

 땅의 넓고 좁음의 차이를 떠나, 이런 모습은 집 마당에 무덤을 쓰는 사모아 토인들의 풍습과도 많이 닮았다.

이 모두 망자의 영혼은 산 자의 곁에 머문다는 믿음때문이다.

 

  탱자나무가 주렁주렁 달린 고갯길은 좌우로 나무가지가 하늘을 가려 아침에도 사뭇 은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