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다가 맨발로 바다에 뛰어 들었다.
모래사장에 남겨진 바다의 파문(波紋)을 보며 나는 잠시 감격한다.
바다와 땅이 깊게 포옹한 증거다.
층층이 겹치며 땀흘린, 밀고 땡긴 공생(共生).
흡사 그들의 은밀한 교합을 훔쳐본 것 같아 낯이 뜨겁다.
잠시 물러난 바다의 길을 따라 걸어본다.
두 발 달린 짐승에겐 허락되지 않는 길,
갈수록 수렁이고 진창이다.
다행히 이곳의 뻘밭은 얕다.
발이 빠진 구덩을 보고 있자 하니
생각없이 바다를 잣밟은 것 같다
앞만 보고 뒤돌아 보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미풍은 이미 바다의 간에 젖어
나도 간에 젖는다
몸에서 비늘이 돋고 곧 지느러미도 솟아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