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신문을 뒤적이다가 탈옥수의 실화를 그린 영화 '홀리데이' 주연배우(이성재분)의 인터뷰기사를 읽던 중 나는 가슴이 뜨금해진 일이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난 이틀 뒤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하다가 그가 교감했던,죽음에 몰린 탈옥수의 분노와 절망이 떠올라 울컥 눈물이 나더란 얘기였다.그것은 정말 허탈하고 서러운 감정이었다고 했다.그는 탈옥수의 이미지를 포착하기 위해 넉달간 몸무게를 10키로나 뺐다고 했으며 제대로 육화(肉化)된 연기를 한 것같다는 얘기도 했다.
영화배우로서 매스컴의 지목을 받고 극중의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었다는 상찬을 듣는다는 것은 배우에겐 더할 수 없는 영광이다.배우로서의 존재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이러한 예가 무릇 영화배우 뿐이랴.자신의 일에 목숨을 바치듯 열중하여 당대에 성공적인 삶을 이루는 것은 만인의 꿈이다.다만 성공이라는 의미의 내용과 질적인 면에서 후세에 자신의 족적이나 이름이 인구에 회자되느냐 하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싶다거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그치고,더러는 자신의 환경이 또는 사회적 여건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며 자포자기에 빠져 있기도 한다.해가 거듭될수록 사는 것이 허무해지고 그래서 우울증이 생기는 나의 경우도 바로 이러하다.
그 원인을 곰곰 따져보면,첫째로 생업의 방식이 마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옷처럼 비틀리고 구겨졌다는 생각이 짙고 다음으로 공중의 바람처럼 수시로 방향이 바뀌는 마음의 행로가 문제였다.이러한 번민의 늪에서 헤어나고자 수십 번을 결심하고 성경을 읽고 찬송을 하고 기도로 자신을 붙잡아도 문득 문득 평상심을 잃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된다.
불광불급(不狂不扱)이라 했던가? 올해는...올해에는 열심히 살아야겠다.꿈만 꾸는 아카시아 나무의 허위를 벗어 던지고 초원의 하이에나처럼 맹렬하게 살아야겠다.자주 달아나는 평상심을 붙들어 매고 진정 바라는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최소한 하루 세 번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루 100장의 성경을 꼬박꼬박 읽어야겠다.병술년의 새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지 않느냐.
200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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