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하늘정원

알라스카김 2009. 5. 19. 21:03

 

 

 

 일전에 대연동의 평화교회 장로이자 시인인 김종화 선생의 들꽃사랑에 관한 기사가 신문(4월29일자 부산일보)에 크게 났다. 십수 년간 집에서 화분에 담아 기른 들꽃의 수가 무려 천여 점에 달하는데 그가 집에 초애원(草愛苑)이란 현판을 달아놓고 이웃주민들에게 꽃구경을 시켜온 지는 오래된 일이었으나 어찌어찌 입소문이 퍼져 최근에 신문에 소개되었고 보름 후에는 T.V의 아침프로에까지 출연하고 말았다.

  김 시인은 시인이란 직업에 꼭 알맞은 부드러운 성품을 지녔거니와 넉넉하고 기름진 목소리의 소유자로서 장로성가단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나간 여름 거제도 둔덕면에 있는 유치환 선생의 생가를 찾아 청마의 질녀이자 사직동 교회 권사이신 류정희 시인의 고향집에서 일박을 하며 저녁에 동네에서 유일한 방하교회에서 간단한 예배를 드리며 듀엣으로 또는 솔로로 찬송가를 부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동일교회 성가대원으로 한 노래를 한답시고 뽐내다가 그만 김 시인의 성악가 빰치는 노래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기도를 핑계로 한 동안 고개를 숙인 적이 있었다.

  이상은 크리스챤 문인협회에서 알게 된 김 시인에 관한 나의 짧은 소회를 소개한 것인데 꽃 이야기가 나온 참에 내가 세들어 살고 있는 이층집의 하늘정원에 대해 조금만 언급하고자 한다.

  아내인 황수선 집사는 꽃을 사랑하고 나는 그런 황 집사를 또한 사랑한다. 저녁에 일찍 퇴근해 오니 황 집사가 동네 이웃인 김순옥 집사님과  함께 노포동에서 사왔다는 꽃을 화분에 심고 있었다.  아이들이 다 장성하여 집을 떠난 지 오래인 나 역시 자식들을 돌보는 심정으로 꽃을 대한다. 꽃에 물을 주고 분갈이를 해 주는 일은 전적으로 황 집사가 하고 나는 다만 아침저녁으로 꽃이 피는 모양을 넋을 놓고 바라볼 따름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아내에게 꽃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 버릇이 되고 말았다. 아내가 꽃 이름을 몰라 우물쭈물 하면 내일 중으로 꽃을 산 집에 가서 알아 오라며 짓궂은  숙제를 내준다.

  왜냐하면 김춘수 시인이 그의 시 ‘꽃’에서,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라고 읊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오늘 사온 꽃들은 한련화와 마가렛이라고 했다. 그림의 아래쪽 왼편에 짙은 갈색의 꽃이 바로 한련화의 일종이다. 그 뒤로 머리에 서너 개의 꽃봉우리를 이고 있는 것은 6월에 보라색의 꽃을 피우는 하늘매발톱꽃이다.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베란다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하고 있노라면 참새와 비둘기와 가끔은 산꿩이 날아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베란다겸 정원을 가리켜 ‘하늘정원’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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