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자갈치 시장

알라스카김 2018. 2. 4. 11:55



홀로 잠든 여관에서 눈을 뜬다. 간밤의 취기가 몸에 남았다.

부산에 걸음을 할 때마다 충무동 근처의 모텔을 찾는 것은 오로지 자갈치 시장 때문이다.

밤이나 낮이나 낯설지 않고 어디를 가나 안심이 되고 위안이되기 때문이다.

바다에 발목을 묻은 선석에 설 때마다 언제나 고향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겨울 한파가 조금 수그러진 아침 .

어물전 아주머니들의 옷차림이 행인들 보다 가벼워 조금 걱정이다.


 

생선 위에 바닷물을 찍들이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 겨울이거니 싶었지만 

웬걸, 생물이 아니고 모두 냉동어물이다.  

원양산이거나 아니면 중국산일 것이다.

그래도 2월 구정을 앞두고 제사상에 올리기엔 안성맞춤이다.

'민어삐죽이'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작명가의 발상이 소박하면서도 얼마나 기발한가.



몇 걸음 옆집으로 가니 국내산을 '참민어'라고 써놓았다.

'참' 은  진짜거나 훌륭한 것을 일컫는 접두어일 것이다. 그렇다면 고기도 짝퉁이 많다는 말이다.

민어조기,민어,참민어 이 셋중에 무엇을 사야 제사상의 조상님이 흡족해 할까 ?

'민어삐죽이'가 이 집에선 아예 '삐쭈기'로 둔갑했다. 



더 걸어 가노라면

어패류나  톰베기 라는 상어고기나 파래나 톳 등 해조류 상점도 나온다.

나는 오가는 사람들 틈에 섞여 해저에서 건져올린 바다냄새를 원없이 맡는다.

그 냄새는 어머니의 체취와 다름없다.

그래서 자갈치 시장은 내겐 어머니의 자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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