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바다의 깊이
-김부상의 「아버지의 바다」 -
정 형 남(소설가)
소설가 김부상은 부친께서 거제도 앞바다에서 멸치어장을 한 관계로 어머니의 품속에서부터 미지의 드넓은 바다를 꿈꾸어 왔다. 그 꿈은 성장기에 이르러 현실로 감아올려 미지의 바다로 나아갔다. 이번에 상재한 「아버지의 바다」는 우리나라 바다소설의 근원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 수작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해양소설은, 개인적인 견해지만, 원양어선상의 선원들과의 갈등구조 내지는 개개인의 신상에 관한 회고, 만선의 기대와 좌절, 그리고 역사인식에 대한 부재 등등 바다소설을 일구어낸 1세대들의 소설구도를 답습한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하여 바다소설의 보다 진일보한 범세계적인 발전적 자기반성과 역사인식이 있어야겠다는 아쉬움과 기대치를 늘상 가져왔는데, 「아버지의 바다」는 그러한 바램을 바다소설의 근원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원양산업의 출발점에서 그 뿌리를 찾고, 보다 진취적인 해양소설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출발은 1957년부터라 할 수 있는데, 외화벌이란 국가적 차원의 꿈을 품은 심상준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이루어낸 외교적 수완의 공로로서, 미국을 설득하고 일본의 방해공작을 분산시킨 결과물이었다.
-미국에서 원조 받은 워싱톤호를 지남호(指南號)라 이름을 지은 사람이 이승만 대통령이었고, 1957년에 그 지남호로 인도양 튜나연승시험조업을 성공으로 이끈 회사가 제동산업(濟東産業)이고, 그 사장님이 심상준(沈相俊)이고, 지남호가 제일 먼저 사모아에 진출하여 마구로를 잡아 달러를 벌게 되었지. 지남호의 출어식이 개최된 1957년 6월 26일이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출발점이야.-
실제인물인 강 선장과 일수의 대화에서 그 같은 역사적인 사실이 적나라하게 입증되는데, 작자는 작중인물인 일수의 입을 통하여 최부의 표해록을 비롯하여 강 선장이 들려주는 일본의 탐욕적인 수탈과 만행을 광범위하게 들추어낸다. 멀리로는 임진왜란에서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야욕과 해상권의 침탈, 태평양전쟁에서의 우리 민족의 수탈과 강요된 희생의 제물을 발판으로 삼은 동남아시아 해상권의 장악까지 강 선장의 탁월한 안목과 역사적 인식은 바다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역사가 없는 국가는 노예국가에 다름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역사적 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원양산업은 그저 생계의 수단에 지나지 않다는 묵시적인 교훈을 진솔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부푼 기대감으로 첫 조업에 나선 원양어선이 삼각파도에 의해 어처구니없이 침몰하는 장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강도 높은 태풍에 의한 해상재난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어서 새로운 인식을 심어 주었고, 작가가 진작 최부의 「표해록」을 통해 조난을 암묵적으로 예시했던 점은 작품 구성상 뛰어난 발상이라 하겠다.
부수적으로 곰보누님과의 만남은 또 다른 이산가족의 비극을 일깨워주었다. 죽음의 바다에서 오롯이 살아남은 주인공이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마련했던 어머니와 씨 다른 형제간의 식사상봉 자리에서, 6.25전쟁으로 양공주가 된 곰보누님의 실체를 알았을 때, 그 비극적인 민족의 한은 가슴 쓰라리게 전달되고 있다.
아무튼, 김부상의 「아버지의 바다」는 바다소설의 새 지평을 미래지향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가슴 뿌듯하다.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기도 (0) | 2021.11.15 |
---|---|
멍수등대 (영산강 제1경) (0) | 2021.11.08 |
소설- 아버지의 바다- 작가후기 (0) | 2021.09.28 |
농촌일기-둘째날 (0) | 2021.08.30 |
농촌일기- 첫날 (0) | 2021.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