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봄이 오는 소리(2)

알라스카김 2008. 9. 24. 14:20

동대신동 지하철 역에서 내려 동대신동 재래시장 쪽으로 통하는 출구를 걸어나오다 오른편 모퉁이에 몇 그루 키 큰 나무가 심어져 있길래 눈길을 주다 나는 뜻밖의 화신(花信)을 만나 기뻤다. 목련나무의 촘촘한 가지 가지 사이로 순백의 꽃잎이 봉우리를 지어 주절이 주절이 돋아나 있었던 것이다.

살면서 순간 순간 즐겁고 흐뭇하고 기쁜 일이 무엇일까?

세상에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뜸뿍 받을 때 .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영원을 맹세할 때 . 자식을 얻었을 때. 자식의 재롱에 기꺼워 하며 부모의 도리를 깨달아 갈 때. 소원하던 직업을 얻고 그 일에 매진하여 성취감을 얻을 때. 멀리서 찾아 온 고귀한 친구와 마주할 때.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좋은 책을 읽었을 때. 문득 길 가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며 생명의 신비와 고귀함을 느낄 때. 높은 산에 올라 천지를 향해 표효할 때. 산사에서 늦은 밤 풍경소리를 들을 때.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 창을 여니 밤새 내린 눈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로 부터 고맙다거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을 때.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좋은 사람과 술잔을 나누고 귀가할 때 . 귀가한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눈에 따뜻한 웃음이 배여 있을 때......

아- 목련이여. 네가 개화하는 시간을 알려다오. 네가 옷을 벗는 날 나도 알몸이 되어 네 앞에 엎드리고 싶다. 너의 희디 흰 순결 앞에 . 너의 정결하고 찰나같은 목숨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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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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