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꽃밭에서

알라스카김 2008. 9. 24. 14:12

매일 아침 일어나면 마당으로 나가 꽃밭을 지켜보고 서서 꽃망울이 터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홍자색(紅紫色) 수국은 만개하여 곧 낙화를 기다린다. 옆으로 가지를 펼치고 위로도 키가 치솟아 꽃밭이 제세상인양 울창하여 해마다 가을에 가위로 전지를 해도 봄과 여름 동안 늘 왕자행세를 한다. 수국의 아름다움은 달빛아래에서 바라보아야 제 격이다. 그도 연보라색이거나 흰색 계열이면 운치가 월등하다.

꽃대가 한발이나 올라와 막 개화를 준비하는 서양란을 며칠째 보고 있자 하니 온 몸에 생기가 돋아 오르고 꽃이 제 사명을 다하는 그 지순한 정성이 갸륵하여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국화꽃은 제절로 온 마당에 씨를 날려 시멘트가 깨어져 바닥이 드러나 흙이 숨을 쉬는 곳곳 잎사귀가 솟아 올라와 있어 집을 드나드는 발길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그 번생의 본능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내가 꽃 욕심이 많아 여기 저기서 구해와 화분에 심어 옹기종기 차려놓은 난쟁이 식물들도 차례차례 저마다 꽃을 피우는 모습이 고맙고 갸륵하다. 잎넓은 서양 나리꽃은 어제로 하나씩 낙화를 끝내고 , 산에서 옮겨심은 참나리꽃이 오늘은 꽃망울을 틔우려 한다

그 꽃들을 굽어보며 그저' 얘들아, 우리집에 와 같이 살아줘 정말 고맙다'라고 인사를 하는 아침시간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다.

 

  200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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