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 공원-3

알라스카김 2008. 9. 25. 09:29

오늘도 용두산공원에 오른다
몸속의 고혈당을 달래려 점심먹고 일과처럼 오른다
평일 한낮에 나말고 공원을 찾는 자는
뜨내기 실직자거나 싸구려 관광객이거나
간혹 우는 아이 재우러 나온 젊은 새악시거나
시간이 쓸모없는 노인들 뿐이다
소풍나온 아이들과 팔짱을 낀 남녀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시골사람 몇을 세워놓고 여행가이드 여자가 설했다
저 동상은 토요토미히데요시 막부를 쓰러뜨린 이순신장군입니다
세계해전사에서 첫 손 꼽는 조선시대 장수지요 ,알아들었어요?
관광객들은 아예 들은 척도 않았다
장마개인 하늘에서 햇살이 푹포수처럼 쏟아지고
물건너 온 손님들에게 누군가 자리를 권할만도 한데
본체만체 그늘은 적요하다
노인들은 오로지 바둑이나 장기를 두며
살아온 세월을 되새김질 한다
한번 더 다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자마자 늙어버린 우울한 인생
죽어봐야 저승을 알지
흑백의 돌이나 말(馬)이나 졸(卒)이나
생사의 경계가 모두 다 불명하다 그러므로
심전(心田)이 비옥한들
예수님의 초월적 자유나 부처님의 적멸(寂滅)이 어디 씨가 먹힐까
말이 공원이지 어디 숨을 데가 있어야지
젊은 남녀가 말했다
심야영화관에서 서로 몸을 부비며 껌을 질겅거리며 그러므로
공원은 무료하다
무료함은 모반의 근원이라고 누가 말한다
모반의 어머니는 탐욕
탐욕은 우상숭배라 누가 말한다 그러므로
혁명이 모반보다 유익하다
이 산을 베어내고
그 자리를 광야(廣野)라 부르면
세상을 바꿀 초인이 나타날거야
.................

옻물처럼 무료함이 내게도 번져
바다를 향해 돌아서서
유행가 한 곡조 뽑고 말았다.

200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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