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사랑이다.
봄의 정령을 맨 처음 맞이하는 식물은 매화가 일석이고 동백이 다음이다. 그러므로 매화는 봄을 알리는 선지자인 셈이다.
계절은 햇살로 말한다. 겨울의 햇살은 창백하다. 그러나 매화는 폭풍한설의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봄이 머지않았음을 미리 알고 꽃을 피운다. 매화가 스러질 무렵 봄볕은 비로소 포근하고 따사롭다.
봄 햇살을 맞으면
해방. 소망. 생명.용서...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봄 햇살을 쬐고 있노라면
답답하고 소원해진 마음들과도 화해하고 싶어진다.
예수님의 부활이 이 봄에 이루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들에 산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은 모두 이 봄볕의 생기 때문이다. 얼었던 강이 풀리고 개울물이 졸졸졸 소리 내어 흐르면 개울가에 자라는 버들가지와 낮은 산마루에 선 개나리나 진달래가 성급히 새 순과 움을 튼다. 이때쯤 드디어 산과 들의 대지도 온 몸이 근지러운 양 속으로 삼켰던 제 살들을 지천으로 게워내기 시작하고, 빈 들이나 논과 밭의 두렁마다 여인네들은 쑥.냉이.달래 같은 봄나물을 캐고 싶어 가슴이 설레인다.
봄이 아니라면 누가 이 자연을 저 깊은 잠에서 깨울 수 있단 말인가.
사람 또한 이 자연의 약동으로 말미암아 새로워지고 거듭나게 된다.
저 식물들처럼 다시금 꽃도 피우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아진다.
그래서 나는 봄을 사랑이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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