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르른 강

알라스카김 2012. 10. 12. 09:29

 

 

 

 

내 속에 깊고 푸르른 것,

뜬 구름처름 흘러가는 것들로

맘 섧어

강가에 섰더니

 

 

문득 저문 강이 말을 걸었다.

 

 

우리는 본류(本流)라고

그래서 도도(滔滔)하다고

여러 갈래 샛강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한 몸이라고

앞선 자는 뒷 물결에 밀려가지만

모두 한 모양이라고

 

 

다시 저문 강이 말을 걸었다.

 

 

우리는 바다로 가고 있다고

한 바다에서 대동(大同)하면

영원히 살고

살아서 다시 여러 샛강이 되고

한 몸이 되어 이렇게 흐를 것이라고

언젠가는...

 

 

저문 강을 떠나며

내 속에 깊고 푸르른 것,

뜬 구름 같은 것들은

더 이상

설운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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