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고기(Bife de Lomo)는 육질이 연해 언제 먹어도 기가 막힌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 더 죠리소(소창자 순대)와 친출린(소의 소장구이)을 안주로 와인을 들이키고 싶다. 우리처럼 소도 버리는 것이 많지 않다.
2층으로 만든 관광버스를 타고 시내를 둘러 본다. 대사관들이 운집한 리베르따도(Libertado) 대로를 달리니 어젯밤 본, 호모들이 여장을 하고 손님을 기다리며 서성이던 공원이 보인다. 바다쪽으로는 플라타 강을 가로질러 우루과이로 가는 여객선 터미널과 국내공항이다.
시내 중심가로 돌아와 레꼴레타(Recoleta)에서 내렸다. 시내 중심가에 귀족들의 집단묘지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알젠틴이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Don't cry for me Argentina)'란 노래는다들 아시리라. 바로 그 노래의 주인공인 '에바 페론(Eva Peron)'이 페론가의 묘역인 여기 잠들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녀의 묘역은 관광객들에겐 이미 호가 나 있었다. 묘역 앞에선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는 노인들이 꽃송이를 바치고 있다.
24년 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자. 2백만 불에 가까운 회사돈을 갈취한 한 사깃꾼을 잡아 넣을려고 노심초사하던 내게 그 누가,레꼴레타 묘지와 에바페론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겠는가.
만시지탄! 나는 묘지 문설주에 부조된 그녀의 고귀한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대폰 유감 (0) | 2014.12.30 |
---|---|
아르헨티나 기행(8) (0) | 2014.12.09 |
아르헨티나 기행(5) (0) | 2014.12.03 |
아르헨티나 기행(4) (0) | 2014.12.02 |
아르헨티나 기행(3) (0) | 2014.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