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마음에 바람이나 쐬려고 무작정 나선 걸음이었다.
먼 바다 저기압 덕분으로 먹구름이 낀 하늘은 마침 내 편이어서
개펄 속으로 중간쯤 걸어나갔다.
갈대밭 사이로 드러난 생태현장에는 게와 짱둥어 새끼들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생명이 붙은 것은 어디서건 다 저처럼 열심이다.
얼마 전까지 남빙양 근처에서 옵서버로 배를 탔던 이 선장도 예외는 아니다.
환갑이 넘어 시골에서 연금생활자를 자처하며 살아가는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힘닿을 때까지 부여잡을, 그 무엇이냐 , 끈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는가
올 9월 소설집을 출간하는 이 선장은 이것 저것 할 일로 머리가 분주하다.
얼굴을 지푸리며 앉았다가, 가까스로
한 동안 오래 팽개쳐 두었던
소설제목 하나를 기억해 낸다.
어쩌면 다시 쓸 수 있지 싶으다.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입니다. (0) | 2015.08.06 |
---|---|
아들에게 쓰는 편지-3 (0) | 2015.08.06 |
순천만에 깃들다(1) (0) | 2015.07.20 |
이종사촌누이에게 (0) | 2015.05.28 |
아들에게 쓰는 편지 (0) | 2015.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