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순천만에 깃들다(2)

알라스카김 2015. 7. 21. 09:48

 

 

 

 좁은 마음에 바람이나 쐬려고 무작정 나선 걸음이었다.

먼 바다 저기압 덕분으로 먹구름이  낀 하늘은 마침 내 편이어서

개펄 속으로 중간쯤 걸어나갔다.

 

갈대밭 사이로 드러난 생태현장에는 게와 짱둥어 새끼들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생명이 붙은 것은 어디서건 다 저처럼 열심이다.

얼마 전까지 남빙양 근처에서 옵서버로 배를 탔던 이 선장도 예외는 아니다.

 

환갑이 넘어 시골에서  연금생활자를 자처하며 살아가는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힘닿을 때까지 부여잡을, 그 무엇이냐 , 끈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는가

올 9월 소설집을 출간하는 이 선장은 이것 저것 할 일로 머리가 분주하다.

 

얼굴을 지푸리며 앉았다가, 가까스로

한 동안 오래  팽개쳐 두었던

소설제목 하나를 기억해 낸다.

어쩌면 다시 쓸 수 있지 싶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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