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夢中讀詩

알라스카김 2016. 8. 2. 12:19

몽중독시(夢中讀詩)

 

꿈결에 시 한 편을 읽었다.

문학동인 잡어(雜魚)의 멤버이자 사랑하는 대학후배이기도 한 박진규 시인의 글이었다.

그가 최근에 손수 만든 핸폰 밴드에서 8월 중 자신의 첫 시집이 나온다는 소식을 전한 바

그 시집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이도 감천(感天)인지 꿈속에서 그의 시를 만난 것이다.

 

단아하면서도 싱싱한 시어(詩語)들이 유려하게 이어지더니  마지막 결구에 이르러 나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그리곤 후다닥 일어나 아뿔사, 꿈이였음을 알았다.


이게 무슨 징조일까

한 밤중에 일어나 

나를 탄복시킨 촌철살인의 결구를 쫓아 전측반측 

 금빛 시어들은 끝내 오리무중 , 몽중거사(夢中去士)였다.

  

문학소년 시절 이후 내 평생, 오매불망하던 메타포들은 종종 꿈속에서 뭉게구름처럼 나를 찾아 왔지만, 후다닥 깨어나면 그 시어들은 언제나 섬광처럼 사라진 뒤여서 허전하고 안타까운 맘이 하루 종일 서성였던 기억이 허다하다  

그래서 시의 마지막 결구의 뉘앙스를 붙들고 짜깁기를 해본즉,

아침에서야 이런 글이 되었다. 

 

시인(詩人)의 이름을 얻어 겨우 세상에 나왔으나

초인(超人) 같은 선생은 보이질 않네.

 

지금 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오합지졸들의 만상(萬相)을 한탄하는 시인의 표창(剽槍)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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