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약산도 여행-3 ( 작가의 생가)

알라스카김 2016. 5. 11. 14:39






점심을 겸한 술상이 비자 선생님은 사촌 형을 만나러 가자며 일어서신다.

운전기사가 된 나는 칡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두고 2시간을 버틴 셈이었다.

 

면소재지인 장룡리에 접어들자 선생님은 맨 먼저 약산초등학교를 찾으신다.

일제시대에 지은 시멘트블록 건물은 옛 그대로 멀쩡한데  부속건물 공사를 하느라 운동장 주위가 어수선하다. 선생님은 교사를 향해 멀찍이 선 채 빛바랜 흑백필름들을 잠시 돌리시는 듯싶었다.

면소재지를 중심으로 섬의 좌우 끝은 각각 10리 길임을 몇 번이나 강조하신다.

약산 초등학교에서 천동나루까지 십리 길을 걸었다는 말이 그래서였나보다.

 

- - 와 이리 변했을까잉? 큰 길들이 새로 나 옛길은 구겨진 넥타이처럼 궁색해져 뿌맀꼬...몇 년 새 못 보던 집들이 많이도 생겨뿌렸네.

 

선생님은  개 한 마리 키우지 않는 낡은 집 마당으로 불쑥 들어서신다. 사촌형의 집인가 했다. 낯선 사람소리에 주인조차 기척이 없다.

 

- 바로 이 집이 내 생가여. 담벼락을 친 여게가 옛날엔 소 마굿간이고 머슴방이었고 그랬어.

 

선생님의 생가와 이웃한 집 마당에 자란 해어화(解語花)의 붉은 꽃이 이채롭다. 해어화를 관상용으로 키우는 것을 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얼떨결에 이마가 훤한 중늙은이가 현관문을 열고 나타났다. 선생님과 갑장이지만 생일이 빨라 깍듯이 형님이라 부르는 정 석철(71)씨였다.


-홍어는 코하고 애를 묵으면 다 묵은거여.

 

들고 간 홍어회를 풀자 사촌형님은 젓가락질을 할 때마다 노래처럼 읊조리신다.


나는 다시 막걸리 한 잔을 앞에 두고 한 시간을 버텼다.

그 동안 형제간에 작가의 생가보존과 문학관 설립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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