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손녀,피아노를 치다

알라스카김 2017. 1. 14. 10:46



손녀가 피아노를 친다

마치 내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 기분이다


내 어린 시절 좋다 싶은 것은 죄 하고 싶었다

세상의 유일한 통로가 라디오였던 시절 

남인수 남일해 이미자 배호...같은 가수가

이광재 임택권...같은 아나운서가

싸구려, 지린 오줌냄새가 배어나오던 어둑한  영화관에서

허장강 박노식 황해 김진규 신성일...같은 영화배우가

10원짜리 만화가게에서,우울하고 고적했던 내 어린 영혼을 달래주던

그 많던 만화가들이 모두 나의 우상이었다. 


세상의 부러운 것들,내가 젤로 하고 싶었던 것들

그 갈증의 어느 하나도 옳게 풀지 못한 채 , 오늘에 이르렀다 

아들만 달랑 둘인 자식들에게

너희는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라,그 말밖에 한 것이 없으니

또한 부끄럽고 면목없다  


손녀가 피아노를 친다

마치 내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 기분이다


그러나 ...

손녀에 이르러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다  생각한다면 

' 할아버지, 바보야 !'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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