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신독(愼獨)

알라스카김 2020. 7. 11. 06:24

 

신독(愼獨)과 행불괴영(行不愧影)

- 박원순 시장(1955.2.11.-2020.7.9.)의 자살소식을 접하고.

 

  10일 오전 0시 경 서울 북악산 야산(숙정문과 삼청각 사이 성곽길)에서 그는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실종신고후 7시간 만이다. 경찰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음독인지 투신자살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부검도 없이 사체를 유족에게 인계했다고 한다.

  사인에 대한 사실 확인에 굶주린 기자들에게 경찰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위해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며 말을 삼갔다. 나는 고인과 유족의 명예란 말에 불쑥 화가 치밀었다 박 시장의 실종신고 속보와 함께( 9일 오후 5시 무렵, 전직 여비서가 박 시장을 상대로  성추행 고발장을 내고(8일 오후) 당일로 고소인 조사를 밤늦도록 받았다는 소식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의 성폭행이나 성추행 사건(안희정 경기지사, 오거돈 부산시장)의 파문이 박 시장에게까지 밀려온 일이어서 아연실색했지만, 나는 실종소식을 듣자마자 그의 자살을 예감했다. 왜냐면,평소 나는 그를, 앞선 자들처럼 公人으로서 추잡하고 때 찐 인물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살은 죄를 지은 자가 속죄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나는 그의 자살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의 죽음 앞에 숙연해져야 함은 마땅하나 그 죽음의 의미나 가치는 결코 숭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최숙현 선수의 죽음이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약자의 피맺힌 절규였다면, 박원순 시장의 죽음은 자신의 부끄러운 처신이 만인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그가 '공소권 없음'이란 비마(飛馬)를 타고 그의 가족과, 이 나라와, 역사로부터 도망쳐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새삼, 신독(愼獨)을 떠올리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며,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신독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교과서인 대학중용에 나오는 양심의 결의와 개인수양의 최고단계를 지향하는 말이다.

 

- 군자는 보지 않는 곳에서 삼가고 戒愼乎 其所不睹, 들리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두려워 하라 恐懼乎 其所不聞 ,숨겨져 잇는 것보다 더 잘 보이는 것은 없고 莫其乎隱,아주 작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莫顯乎微,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스스로 삼간다 故君子愼其獨也(중용)

 

- 밤길 혼자 걸을 때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고 獨行不愧影, 홀로 잠잘 때에도 이불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獨寢不愧衾( 송사. 채원정전 . 신독의 해석)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윤동주의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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