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여수 밤바다

알라스카김 2021. 1. 16. 12:32

 진도를 떠나  여수에 도착하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렸다. 찾아간 곳은 중앙동 낭만포차거리. 해안가를 일렬로 메웠던 밤바다 포장삭당들은 죄 사라지고  유명했던 '여수 밤바다' 노래는 이제 소주병 이름으로 남았다.

 낭만포차 9호로 이름붙인 식당으로 들어가 거문도 은갈치회를 주문한다. 남해에서도 거문도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갈치회를 여수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여행가이자 미식기행가인 車 교장 덕분이었다. 그런 그가 자칭 해양소설가인 나를 순간 부끄럽게 만들었다.

 

 "낚시로 잡으면 은갈치,그물로 잡으면 먹갈치라 부르지 종種은 같습니다."

 목포에서 많이 올라오는 먹갈치는 피부가 원래 검어서 그리 부르는가 싶었는데 그물에 비늘이 부대껴 그렇다는 것이다.

 

 주인이 직접 배를 몰고 거문도 인근에서 잡아온 은갈치라 그런지 맛이 깔끔하고 신선했다. 내 어릴적 생갈치 포를 떠서 막걸리에 씻어낸 그 회맛이 아니었다.

   

 

 은갈치회 접시가 비자 돌문어삼합이  등장했다. 삼합의 동무는 삼겹살과 키조개의 개지(패주. 조개관자의 방언)였다.

우려낸 육수와 잘 익은 건더기 안주에  '여수밤바다' 소주는 힘에 겨운지 추풍납역처럼 쓰러졌다.

 

 하멜등대를 뒤로 하고 남해를 향한다. 등대는 국제로타리클럽의 후원으로 2004년에 세워졌고 인근의 하멜기념관은 여수엑스포가 열린 2012년에 건립되었다.

 

 풍랑을 만나 1653년 8월 제주도에 표류했던 생존자들이 1663년  전라도로-여수(12명),순천(5명),남원(5명)- 추방되었다가 그 중 8명이 13년의 억류생활을 뚫고 이 여수에서 돛배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항으로 탈출했다는 옛 이야기를 등대는말하고 있었다.

 

 하멜등대와 함께 꼭 기억해 할 것은, 그 당시 나가사키에는 네덜란드의 상관( 동인도회사)이 있었으며, 이들로부터 蘭學을 배운 일본의 선각자들이 명치유신을 거쳐 조선왕조를 무너뜨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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