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나주 배

알라스카김 2021. 5. 30. 08:49

노안면에 자리한 시니어 클럽 마당을 걷자하니,

이웃한  경계에 배밭이 있다.

 

어제 새벽 4시 30분 경 새벽기도를 하러 집을 나서는데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아파트 입구를 바삐 나섰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옷은 어디 일하러 가는 모양새다.

아내가 물으니, 대뜸  배 싸러 간다고 했다.

아- 그래서 배 농장을 하는 李 장로님이 요 며칠 새벽기도를 걸르셨구나.

지난 4월 하얀 배꽃이 피었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작은 열매가 달렸으니 종이로 배를 싸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리라.

봉지 하나에 몇 백원, 손이 빠른 여인은 하루 15만원을 번다고 했다. 배 싸는 일은 새벽부터 점심나절까지란다.

가지의 높은 곳엔 손이 닿지 않아 옷을 못입은 열매들이 울상인 채 달려 있다.

그러므로 나주 천지 흐드러진 배밭들, 가지치기 작업도 한창일 것이다.

 

최근 전국에 이름난 나주배가 점점 맛이 없다고 걱정하는 농부들을 많이 만난다. 

당도가 떨어지고 속이 여물지 못하다는 말이다. 

봄 여름  일기가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추석 명절에 선뜻 나주 배를 선물하지 못하는 나 또한 걱정이다.

그나저나,

'솔솔파미' 로  바쁘게 울어대는 검은 등 버꾸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간혹 '뻐- 꾹'하고  여운을  끄는 토박이 버꾸기 소리도 함께 섞여

이들이 모두 벌거숭이 배 열매를 노리는가 싶어 또 한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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