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말에 완공된 나의 누옥(陋屋)에 이름을 짓고 문패를 단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집 뒤로 우거진 물푸레나무는 500년이 지난 시 지정 보호수다. 지난 가을, 2층 발코니에,매일 무수한 낙엽을 쏟아부어 나를 곤혹스럽게 했지만,낙엽을 쓸고 치우는 노동의 즐거움도 그에 못지 않았다. 집터를 이곳에 구한 것이 바로 저 느티나무 때문이었기에,낙엽을 머리에 둘러쓰는 일은 어쩌면 당연했다.
옥호를 처음엔 '느티나무집'이라 지으려고 했지만,왠지 부산 등지에서 자주 찾았던 보신탕집이 연상되어 語山齎 정형남 선생님의 친필로 하사받은 '규목산방'으로 정했다. 집 뒤가 야트막한 산이고 농부가 아닌 백수 글쟁이니, 山房이란 말도 느티나무를 일컫는 槻木과 잘 어울린다 싶었다.
문패를 달고 나니 왠지 어깨가 무거웠다. 문패로 사용한 목재는 수입산 '간포나무'라는데 무게가 장난이 아닌데다 거창한(?) 이름까지 더했으니 더욱 그랬다. 남은 생애 집 주인인 내가 문패의 이름값을 과연 다 할 수 있을런지... 정작 그게 걱정이었던 것이다.
* 나무를 구해 목각을 뜬 이는 바로 밑 동생이고,문패를 매달 틀을 짠 이는 그 아래인 막내 동생이다.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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