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가족이라는 제목이 스스로 낯설다. 이들 한 무리가 서로 가족인지, 저들이 내 가족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6개월 전 쯤부터 아침 저녁으로 현관에 몰려와 밥 달라 울어대는 바람에 읍내 슈퍼에서 사료를 사 먹이기를 시작했다.
저들의 잠자리는 이웃의 폐가다. 처음엔 내요량으로 서로 무리지어 동네를 싸돌며 먹이사냥을 하거나 동냥질을 하겠거니 생각했다. 내 집 마당을 가로지르거나 한 뼘만한 채전밭에 출몰하는 것을 두고 저들의 일상적인 통행 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저들이 어느덧 내 일상속으로 스며들고 말았다. 어른 5-6마리,새끼 5-6마리 .
꽃을 사랑하는 아내는 이 놈들이 꽃무더기에 숨어들어 땅을 파헤치는 배설행위를 용납하지 못한다. 아이도 없는 집에 간혹 고함소리가 터지는 것은 그래서이다. 반면 오전 7시 경 기침하여 마당으로 나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마당을 에워싼 꽃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내겐 보통이 아니다. 오홋! 오늘은 고양이 무리 너머로 노오란 해바라기 꽃이 얼굴을 세워 나를 반긴다.
고양이들에게 하나 둘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그래서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저들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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