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오락가락 하늘은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처럼 흉악했는데
중부지역을 초토화시킨 오랑캐들이
남부전선으로 이동한다는 얘기가 어제였는데
포성은 먼산너머로 우르렁거리고
물러서면 바다뿐인데
TV 아홉시 뉴스시간을 보자하니
가옥이 침수되고 인명이 매몰되고 송아지가 떠내려가고
개발논리로 산이며 구릉이며 마구 파헤친 자들은 높은 곳에서 두 다리 뻗고 잠들고
아들 손잡고 개울가 걷던 늙은 어미 머리털 세운 사자밥 되어 떠내려 갔는데
넋잃은 사내,아이고 나만 살았어.어무이 잃고...살아도 못산기여
절개지를 따라 산이 뭉개지고 길바닥이 몽땅 쓸려나가 사람도 차도 오가지 못하고
고립된 부락에선 늙은 부부가 빗물만으로 일주일 동안 생사를 오갔다는데
천재(天災)라 해도 팔할이 인재(人災)구나
에라이 베라물 세상, 울화가 치밀어 잠들었는데
똑,
똑,
똑,
이십년 전 달아낸 마루천장 잇승가리에서
시커멓게 곰팡이 썩은 천장에서
아내가 받혀논 양동이로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빨리 허물고 새로 지어라
폭삭 내려앉기 전에...
똑,
똑,똑,
똑,똑,똑,
이냥 자면 그만 죽을 것같아
년말쯤이면 재개발지구 이주통보서가 날아 올텐데
너도 마찬가지로 썩었구나
빨리 허물고 새로 지어라
곰팡내 나는 몸뚱아리로
겨눈 총알처럼 빗물은
직선으로 팡팡 떨어지는데
200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