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모레면 2014년의 새해가 시작된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보면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다는 허망함이 솟구친다.
봄에는 금성산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시립도서관에서 러시아 문학을 주목하여 읽기도 했지만 꾸준함이 부족하여 언제나 무료한 아이의 장난에 불과했다. 여름에는 더위를 핑계로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놀기만 했다.
한국의 원양어업개척 시대인 1963년에 발생한 최초의 선박침몰 해난사고를 소재로 한 ‘아버지의 바다’란 장편소설을 구상했으나 플롯을 짜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상상력이 고갈된 듯한 무력감에 빠져 자주 절망했다. 증인들을 찾아 취재를 하는 일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노령으로 인한 기억력의 감퇴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10월에 접어들면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대권항해의 사실감을 구하기 위해 천문항해,선박해사요론,기상학,마젤란 항해기,적도의 침묵(주강현),로드짐,백경...등의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958년 한국일보 문제안 기자의 지남호 동승기 기사를 박진규군의 도움으로 12월 초에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점이다.
글을 쓰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정체를 정해야 하리라. 1960년대 청년의 과거와 현재를 그려야 한다. 그러나 해가 다 가도록 나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다. 자료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시간만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작심삼일로 끝나고 마는 이 무력한 각오와 다짐을 그러나 다시 해 보련다.
건강을 위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겠다.
저녁 늦은 시각의 식사도 삼가야겠다.
맑은 목소리를 살리기 위해 담배를 끊어야겠다.
하루에 원고지 20장의 글을 매일 거르지 않고 쓰야겠다.
2013.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