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위 21도 동경 175도 5분. 배는 반경 150마일인 태풍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셈이어서
작야(昨夜)의 어두움 속에서 혼불처럼 출몰하던 백파가 아침에도 온 바다의 머리채를 잡아
끌며 여전히 법석을 떨고 있었습니다.
투승작업은 라디오부이(radio buoy)가 달린 초기(初旗)를 꽂은 오전 6시부터
6시간이나 진행되었습니다.
투승한 메인라인(main line;主繩)의 총연장은 약 45마일(72키로)이었습니다.
메인라인에 30미터 간격으로 달린 낚시줄( 브랜치라인branch line:枝繩 ,
그 길이는 배마다 상이하나 Seawill호는 15미터로 사용했음) 35개씩마다
부이(buoy ,부이 라인은 약 30미터 )를 하나씩 달았으니 바다에 떠 있는
부표만 모두 70개였지요. 중간 중간에 라디오 부이를 단 깃대가 2개,
마지막 선에 종기(終旗)를 달아 바다로 던졌습니다. 라디오 부이는
자가위치발신기로 어구의 분실을 예방하는 어구의 일부이지요.
이처럼 긴 줄에 엮은 낚시로 고기를 잡는 어구를 주낙(延繩)이라 부르고
주낙배를 연승어선(long liner)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탄 배는
참치연승어선(Tuna long liner) 인 셈이지요.
투승작업을 끝내고 약 3시간 가량 배는 엔진을 끈 채 표박(漂泊)을 합니다.
고기들이 미끼를 물 시간인 셈이지요. 직선형태로 낚시를 늘어뜨릴 때는 늘 그렇습니다.
이 방법을 정투승이라고 합니다.
달리, 낚시를 원형으로 늘어뜨려 투승작업을 마치자 마자 6시간 전에 떨어뜨린
인근 지점의 초기를 찾아 곧 바로 양승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되돔(return back)이라 합니다.
양승작업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낚시줄을 다 거두는 데는 무려 18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모두 14명인 선원 중 6명이 기우뚱거리는 뱃전에 붙어 섰습니다.
배가 기우뚱거리고 선수가 파곡을 오르내릴 때마다 파도가 선원들 머리위를 뒤덮었습니다.
양승기(line hauler)는 예전 한국어선들이 쓰던 유압식 기계가 아니고 메인라인을 감아 올리는
윈치드럼의 동력 그 자체였습니다.
175도 어장은 여전히 알바코(Albaco:날개다랑어) 어장이었습니다.
눈다랑어나(Big eye tuna)나 황다랑어(Yellowfin tuna)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브릿지 밖 스타보드(starboard:우현) 데크에 엎어놓은 전선말이 나무통을 의자 삼아
꼬박 네 시간째 눈아래 펼쳐지는 작업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은 거세었고 구름속에서 간간히 불쑥 고개를 내미는 남태평양의 햇살은 따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