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코라 부르는 날개다랑어는 가슴지느러미가 날개처럼 측면으로 길게 휘어져 있습니다.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는 다랑어의 공통된 특징인 노란색을 띈 톱날같은 돌기가 있지요. 등에서 복부쪽으로 내려오는 측면의 피부는 무지개처럼 번지는 흑청색 무늬를 띄고 있어 언뜻 보면 전갱어나 고등어의 몸체가 연상됩니다. 덩치가 큰 놈은 얼핏 빅아이라 여겨질 만큼 눈도 큰 편이지요. 수평선으로 해가 떨어질 시각까지 20키로 내외인 알바코만 스무 마리 정도 올라왔습니다.
처음보는 양승작업의 일거수 일투족에 몰두해 있던 나는 등 뒤로 선장이 다가온 것도 몰랐습니다. 선장이 사람 좋은 목소리로 내게 이제 밥을 먹자고 말했습니다. 황천에 속이 불편했던 나는 종일 우유와 생수만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입니다. 선장실에는 한국식 부식으로 가득찬 작은 냉장고가 있고 프로판 가스버너와 전기밥통도 있었습니다. 밥이 아니면 식사를 못하다는 오성식(50세.경남 거제) 선장은 승선하기 전 자신만의 주부식을 미리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작은 사각형 밥상에는 김치와 절인 깻잎과 갈치젓갈과 오징어 젓갈 등이 놓여졌습니다. 그도 나와 같이 마른 식사를 못하는 갯가 사람인지라 참치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도 준비했더군요.
문제는 어떤 자세로 식사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배가 좌우로 기우뚱거렸으므로 두 사람은 등과 발을 벽에 버팅기며 한 손으로 밥상을 잡고 한 손으로 밥과 반찬을 입에 떠넣는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밥상 위에는 키친타월같이 마찰력이 있는 종이를 깔아 반찬이 엎질러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아- 와 이리 흔들리노. 사람 딱 미치겠네.”
출렁이는 바다로 인해 선장도 마음이 산란하여 짜증투의 말을 무심코 내뱉았습니다.
남태평양에는 여름철에 해당하는 11월부터 3월 사이에 강한 스톰(Storm)이 두어 개 지나간다고 합니다. 여름철이 지나도 바람은(적도 편서풍) 하염없이 불지만 대부분 귓가를 간지르는 산들바람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주선의 식사를 방불케 하는 소동을 겨우 겨우 마치고 다시 상갑판으로 나왔습니다. 수평선의 하늘 위를 분홍빛으로 가득 물들였던 낙조가 거뭇거뭇 사라져 가고 사방 가득 어두움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바다 위로 하늘이 마악 셔트를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