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설

수바의 동쪽-5

알라스카김 2015. 8. 20. 12:25

선원들이 끌어올린 것은 참치가 아닌 상어였습니다. 상어낚시는 브랜치 라인이 아닌 부이줄에만 달았습니다. 꼬리지느러미를 포함한 몸체 길이가 1미터가 훨씬 넘는 잘 생긴 블루샼(blue shark:청상어)이었습니다. 등의 색깔이 연청색이었습니다. 상어가 갑판에서 펄떡거리자 갑판장인 아사케(Aisake)가 원주민용 정글칼로 상어의 목을 내리쳤습니다. ‘단칼에 죽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구나 싶었습니다. 상어의 몸이 축 늘어지자 재빨리 지느러미가 잘려졌습니다. 상어가 올라올 때 선원들이 환호작약하는 이유를 나중에 알았습니다.

피지인 갑판원들은 승선일당이 20피지달러(1FJD:0.65USD )였습니다. 모두 6명인 인도네시아인의 경우 기관장의 월급이 USD1,000,1항사가 USD700,갑판원이 USD500 수준이었지만 피지인들은 바다에 떠있는 날만 계산한 일당을 합하면 월급이 USD300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도 그들에겐 큰 돈인 것이 육상에서 사무보조직원으로 일하는 젊은 인도인의 월급이 200불 정도였습니다. 그 뿐입니까, 상어지느러미를 판 돈은 회사가 손을 안대는 그야말로 선원들의 부수입인데 15일여의 항차에 선원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상어지느러미 수당이 평균 150불이었습니다.

남태평양에서 잡히는 상어는 청상어 외에도 악질상어(brown shark)와 백상어 (moro shark,또는 mako : 일명 죠스)가 있는데 ,지느러미 가격이 키로당 각각 97,167,62불이었습니다. 즉 악질상어의 지느러미값이 제일 비싼 값으로 팔린다는 얘깁니다.그러나 우리가 중국식당에 가 샥스핀 스프를 시키더라도 종류별로 주문을 할 순 없으므로.굳이 악질상어의 지느러미 맛을 볼려면  고급호텔의 식당을 찾는 수 밖에 없을 테지요.  씨윌호의 2월 5일자 상어지느러미 정산서를 보니 총 42키로에 USD4,871이었으며 선장몫 25%를 제한 선원들의 일인몫이 USD180이었습니다. 상어 한 마리에서 추출되는 지느러미의 중량이 대략 0.7키로이므로 20여일 동안 씨윌호가 잡은 상어가 모두 60마리였다는 셈입니다.

빅아이를 보겠노라며 자정까지 버티다가, 쏟아지는 졸음을 더는 참지 못하고 저는 잠자리에 들고 말았습니다. 메인라인이 끊겼고, 형광 종이판을 붙인 부이를 찾느라 톱브릿지 지붕에올라간 원주민 선원이 서치라이트 불빛으로 칠흑의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불빛에 비친 선수 망루에 올라간 선원들의 뒷꼭지와 선수를 타고 넘는 파도의 포말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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