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06:30 .투승이 시작되고 선장은 다시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밥을 앉힙니다. 승선한 후로 삼일째 배변을 못한 내가 식사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하자 선장이 잠시 송구스런 표정을 짓더니 주자(조리사)에게 통기하여 망고 한 접시와 뉴지산 파인애플 쥬스팩을 안겨주었습니다.
“형님, 똥이 잘 안 나올 때는 우유가 젤 좋습니다.”
우유팩도 원산지는 뉴질랜드였습니다. 피지에는 망고,바나나,파인애플 등 천연과일이나 원주민들의 주식인 따로나 까바샤 같은 (삶으면 고구마 맛이 나는 구근식물) 음식을 제외한 가공식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학교나 병원이 거의 무상인 반면 피지인들은 먹는데 지출하는 비용인 엥겔지수가 높은 듯 했습니다.
점심때는 선장이 빅아이 뱃살(일본 말로 ‘오도로’라 하여 제일 기름지고 구수한 부위임)로 만든 물회를 차려왔습니다. 선장은 내가 태어난 거제도 구조라리 앞개의 좁은 바다를 경계로 마주보고 있는 마을인 외기미(와구 臥丘) 사람입니다. 배를 탄 직후 말투와 억양이 귀에 익어 연통한 결과 서로 고향찌기미란 걸 알게 되었고 다섯 살 연상인 내가 자연스럽게 형님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참치물회로 메마른 식욕을 겨우 달랜 후 나는 물 대신 우유 한 컵을 또 들이켰습니다.
양승이 시작된 오후 2시부터 사진기를 들고 예의 스타보드 전선말이 통에 앉았습니다. 해수온도는 28도였고 구름이 벗겨진 하늘의 태양은 제법 따가왔습니다. 되돔방식의 투승이었는지라 금새 고기가 올라왔습니다.
첫 번째 손님은 ‘마히 마히(Mahi mahi; common dolfin fish)’였습니다. 포크랭쓰(fork length)가 1미터,양쪽으로 펼쳐진 꼬리 지느러미가 20센티미터 정도인 아름다운 고기였습니다. 머리꼭대기에서부터 꼬리까지 녹청색의 마치 말갈기 같은 모양의 지느러미가 붙어 있고 등으로부터 측선까지 연두색 빛깔의 바탕에 연청색의 작은 점들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깨알처럼 뿌려져 있었습니다. 갑판 위로 갓 올라왔을 때는 영롱한 무지개 빛이 껍질 주위로 발산하였습니다. 선원들이 급히 배를 따 내장과 알을 끄집어내었고 고기는 비닐에 싸여 빙장칸에 넣어졌습니다. 고기살이 부드러워 프라이용으로 미국.화와이 등지로 수출된다는 어종이라고 합니다. 명태알 처럼 부드럽게 생긴 알집은 선원들이 따로 치웠습니다. 며칠 뒤에 만난 마히마히 수컷은 머리쪽에서부터 뭉툭하게 튀어나온 이마가 윗 입술까지 직선형으로 생겨 투박한 인상이었고 상위 피부가 녹청색이 아닌 다크블루(dark blue)였습니다. 다시말해 암컷은 주둥이 부분이 여자답게 조금 부드럽게 생겼고 몸체의 색깔도 그러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올라온 진객은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메까’였습니다. 전설적인 위인을 내 생애에 처음 만난 일처럼 나는 감격에 겨워 혼자 이렇게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 아-니가 메까구나, 찐자로 니가 메까로구나. 작년 봄 자갈치에서 산 니 뱃살로 내가 지인들에게 두 번 세 번 고맙다 인사받은 그 메까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