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다 끝낸 후 오 선장은 선수(船首)가 끌어당기는 바다의 물빛을 한 동안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오 선장의 눈빛에서 나는 대어(大漁)를 위한 그의 야멸찬 욕망과 그것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씁쓰레한 비애를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공평하다는 말이 있지요. 행운의 옷자락 끝에는 언제나 불행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는 말과 상통하는 얘기입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오 선장도 그만의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바다에서는 또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수평선으로 검버섯처럼 구름기둥이 피어나 마치 참치가 하늘을 향해 드러누운 듯합니다. 구름기둥의 아래는 검고 위는 희었는데 구름기둥처럼 보이는 그 검은 휘장은 실은 바다위로 쏟아지는 소나기였습니다. 태평양의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들은 언제나 수증기를 잔뜩 머금고 있어 미친 여자가 오줌을 누듯 아무데서나 스코올을 뿌려대었습니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오 선장으로부터 그의 비밀한 사연을 들은 대가로 나는 덕담을 전했습니다.
“저는예...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게을케 산 적은 없어예. 제 삼대 좌우명이 뭔고 압니꺼. 성실.근면.자제라예. 세상을 열심히 사는 만큼 꼭 물질로 보상받는다는 거, 이걸 저는 바다에서 배운기라예.”
바람은 곧 별빛 찬란한 길로 불어 갈 것입니다. 사람의 본성이 순수하다면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지든 별빛 찬란한 우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날짜변경선 왼편으로 해산(海山)이 여러 군데서 목격되었습니다. 177도 40분 동쪽으로는 통가제도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목표지점인 남위 19도 32분 서경 177도 32분 까지는 아직 10여 시간 더 달려가야 할 곳입니다. 수바의 동쪽에 흩어져 있는 피지 제도와 동카 섬 사이의 어장은 경도 1도의 좁은 바다였습니다. 평소 8노트의 속력을 내던 배가 겨우 7노트로 낑낑대는 걸 보다 못한 선장이 인도네시아 기관장 아셉(Asep)을 벌서 세 번 째 불러세웠습니다.
“ 왓쯔 프라블럼(What's problem)?"
" 노 프라블럼(No problem)."
" 후아이 유 낫 체크 프라블럼(Why you not check problem)?"
" 노 프라블럼,노 체크(No problem,no check)."
" 야, 씨펄! 오픈 더 실린더 헤드. 씽크 어바우트 왓쯔 프라블럼!”
“ 예-써!”
기동력은 산이나 바다나 마찬가지로 요긴한 듯하였습니다. 이번 항차만 유독 배의 속력이 더디 나가니 투승시간이 많이 걸려 짜증이 났고 적수중엔 작업장에 닿는 시간에 조바심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월급으로 미화 천 불을 받는 아셉이 내 생각으론 프러블럼을 찾아내지 못할 것 같았지만,선장은 그가 내린 명령의 권위 때문에 이제 잠시 배를 세울 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