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거제도 학동리를 찾아 외갓집 사촌들과 1년에 한번 갖는 형제계에 다녀왔다.
외가의 어른은 이제 이모님 한 분뿐이다.
해금강 인근 갈곶리로 시집 가 청상의 몸으로 아들 딸 다 키우고
늘그막에 친정 동네로 이사 와 한 때 독거노인으로 사셨다.
나이 아흔이 넘어 올해 예순인 막내딸이 곁을 지킨다.
다른 식구라곤 개 두마리 고양이 세 마리가 전부다.
-이모님 올해 나이가 몇이세요?
-나-가? 팔십 아홉.
이모님의 시계는 4년 전에 멈췄다.
귀에 대고 세 번이나 큰 소리로 물어 돌아 온 대답이다.
곁에 섰던 외사촌 누이가 거들었다.
-동안거 마친 노스님이 아흔 셋이면 이승을 떠난다고 한 뒤로 저러신다 아이요.
늙은 조카들을 앞에서 이모님은 기운이 돌아온 듯 주절주절 젊은 시절의 일기장을 들춘다.
-밭에 일하러 강께나 숲에서 도깨비들이 바람처럼 지나가는기라...진언을 외니 마아 괜챦데.
옴마니... 이모님은 불경 한 토막을 족자를 펴듯 줄줄 외운다.
기억도,눈도 이도 아직 짱짱한데 안타깝게도 귀만 희미하다 .
일어설 차비를 하니 누이가 사진을 찍는다.
이모님 생전에 찍는 마지막 사진이란 생각이 들었다.
눈대중으로 이모님의 몸은 많이 오그라들었다.
내 유년시절,그러니까 외할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던 시절 엄마 손잡고 찾았던
외갓집 풍경들이 눈에 아슴하다.
이제 이모님은 그 풍경들의 소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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