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대교를 지나 고금도와 지척인 천동리를 향했다.
연육교가 놓이기 전에는 뭍으로 가는 길목이 이 천동나루였다.
이 마을에 그 옛날 명나라 진린 장군이 이끄는 수군이 거처했다고 하는데, 50여 년 전만 해도, 주민을 괴롭힌 명나라 군사 열 명이 참수되어 비목도 없이 묻힌 공동묘지 터가 구전되고 있었다 한다.
또한 붉은색 다리 여울밑으로 우수영 시절 깔아놓은 쇠줄이 있어 사리때면 그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고 한다. 왠 일일까? 그 흔적을 지금은 아무도 자신있게 증거하지 못한다.
천동마을에서는 ‘남포동 1번지’란 선생님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차 병호(74세)’씨가 우리를 맞이했다. 젊은 시절 남포동 영도다리 인근에서 건어물 상회를 운영했다는 차씨는 물심양면 정 선생님의 든든한 후원자였다고 한다. 수십 년간 고향의 선후배로 호형호제하며 지낸 세월이 손님과 객의 주고받는 인사에 역력히 묻어났다.
내가 들고 간 홍어회에 선생님이 가져온 간절곶 칡막걸리와 주인이 마련한 자연산 전복으로 조촐한 술상이 만들어졌다.
밥그릇이 나오고 말린 감태가 나오자 정 형남 선생님이 환호성을 발했다.
- 아,형수! 그거 나 집에 갈 때 좀 싸주시요잉. 나 어릴 쩍 맨날 저거로 밥 묵었당께.
서해안 남도의 청정해역에서 자라는 해초를 손으로 꼽으라면 김.미역.매생이.감태.파래... 순일까?
매생이는 발 같은 데에 부착해서 자라는 반면 감태는 개펄에서 저 홀로 가늘게 솟구쳐 자란다고 한다. 남해바다 촌놈인 내겐 생소한 반찬이다. 간조때 일일이 손으로 채취하는 그 수고로움을 생각해 밥에 얹어 한 입 삼켜보았다. 옅은 바다 냄새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는다.
감태때문인가?
호래기젖갈, 갈치젖갈... 이날따라,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그 반찬들이 나도 간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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